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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란 무엇일까? 미국의 한 공항에 함께 들어가던 일본인은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데 한국인은 지문날인을 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면, 이것은 차별일까? 요즘 강남의 초등학교에선 23만원짜리 '명품' 지우개가 '유행'이라고 하던데, 결식아동들에게 이것은 차별일까?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연구모임의 조순경 씨는 ""초기 단계에서 차별은 직접적이고 가시적이고 의도적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우(구별, 배제, 제한 등)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제한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차별은 이러한 △직접차별은 물론이고 △간접차별 △폭력(harrassment)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 판단을 위한 지침』, 2002) 즉,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시험시간을 제공하는 경우 역시 '간접차별'이 된다. 또한 회사나 학교에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성희롱적 발언을 한 경우도 '폭력'으로서 '차별행위'가 된다.
차별에 눈을 뜨자
'차별'은 실제로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고, 인권운동은 기본적으로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현재 인권운동을 평가함에 있어, 현실에 존재하는 복잡한 차별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범주의 제한으로 특정한 차별의 문제가 소외될 수 있다는 인식 속에 '전국인권활동가대회 준비모임'에서는 '반차별 포럼'을 준비하게 되었다. 준비모임은 반차별 포럼을 통해 '인권운동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일상적으로 모여 끊임없이 고민하며 공동행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반차별 포럼은 △교육과 차별을 시작으로 △형사사법 절차와 차별 △가족과 차별 △노동과 차별 △국가주의와 차별을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교육과 차별' 포럼에서는 교육 기회의 접근권과 교육 과정 내에서의 차별 등의 문제가 교육현장과 교과서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함께 토론했다. 특히 이번 포럼은 기존의 토론회와는 다른 방식이 시도돼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이 '빈곤가정·이주노동자 자녀·성소수자·장애인과 교육'이라는 각각의 관심 분야에 따라 모둠별로 논의하고 결과를 게임을 통해 소통한 것. 한 모둠에서는 '맞아 맞아 으뜸 5'를 선정하기도 했다.
차별, 아.. 다양하기도 하여라
성소수자와 교육 모둠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인정해, 하지만 내 아이는 안돼"" ""호모새끼"" 등을 유형으로 선정 발표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 성소수자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자신과 관계되는 성소수자는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빈곤가정의 아이들이 교육 과정에서 받는 차별을 고민한 모둠에서는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다"" ""차별을 교육한다"" 등의 차별 유형을 발표했다. 가계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사교육비의 문제, 교과 내용이나 교사의 태도에서 성공과 출세, 경쟁 등의 가치만을 교육하는 교육 현장에 대한 문제 등을 통해 재산과 교육수준에 따른 빈부의 세습화 경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장애인과 함께 장애인과 교육 차별의 문제에 대해 논의한 모둠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의 부족"" ""언어폭력"" ""교사양성과정의 문제"" 등의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권과 직결되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장애인을 빗댄 말인 ""애자""라는 말로 친구들을 놀리며, 교사양성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전혀 접하지 못하는 현실이 발표되었을 때에는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이주노동자 자녀와 교육 차별의 문제도 논의되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아이'라며 ""거지 새끼""라고 놀리는 것이나 ""언어 적응 프로그램의 부족"" ""이주노동자 단속에 대한 불안감"" 등이 발표되었다. 아이들의 언어를 통해 우리 사회에도 인종차별주의가 뿌리깊게 존재함이 드러났고 부모에 대한 단속의 불안감이 아이들에게까지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하면서 참가자들은 모두 가슴 아파했다.
이후 준비모임에서 준비한 각 분야별 연구 발제를 진행하고 국제인권기준에서의 '차별'을 검토하고 다함께 토론하면서 어떠한 차별이든지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인권운동은 그러한 차별들을 간과하지 않아야 함을 참가한 모든 인권활동가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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