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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임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북한인권에 관한 결의안을 7일 유엔 인권위원회(아래 유엔 인권위)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결의안 발의에는 53개 인권위원 위원국 중 유럽연합 소속 국가모두와 미국, 호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했다. (투표권이 없는 나라까지 포함하면 37개국) 이번 결의안에 따르면 새롭게 임명될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올해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제59차 유엔 총회와 내년 3∼4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61차 유엔 인권위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작년의 결의안은 북한이 기존의 식량권, 고문, 종교적 불관용에 관한 특별보고관과 자의적 구금에 대한 실무분과와 같은 유엔 인권위의 제도와 협력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회기에 제출된 북한인권 결의안에는 인권침해 국가에 대해 유엔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조처로 알려진 나라별 특별보고관 임명이 포함됨으로써 북한에 대한 유럽연합과 미국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결의안 내용에 대한 논란이 인권위 안팎에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사국인 북한은 '결의안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의 한 외교관은 ""이번 결의안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유럽동맹(연합)의 북조선에 대한 적대적 대결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북조선 정부는 작년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현재 아동권리위원회의 두 위원이 북한을 방문해서 아동권에 대한 인권현황을 조사하는 중""이며 ""이러한 노력을 무시하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추진하는 결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럽연합 의장국으로 이번 결의안을 제출한 아일랜드의 외교관은 ""북한이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 듯 하지만 유럽연합의 기대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태도를 바꾸어 결의안을 인정하고 이의 실행에 협력하지 않는 한 유럽연합은 압력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내에서 강경 입장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한 외교관은 ""북한이 작년과 올해 인권조약기구와 적극적 협력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작년 결의안의 효과""라며 보다 강력한 결의안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결의안 내용에 대해 국제인권단체들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반면 현재 제네바에서 결의안 찬성 로비를 위해 대표단을 파견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올해의 결의안 내용에 만족하며 보다 많은 국가가 찬성표를 던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로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주 동안 제네바에서 직접 유럽연합 국가들 대상으로 로비를 한 '좋은 벗' 의 한 관계자는 ""결의안 내용에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들어가고 인도주의 지원 증대를 통한 북한의 식량권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하나도 반영된 것이 없다""며 결의안의 내용에 실망감을 표명했다. '좋은 벗'과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인권단체연합'(FIDH)은 장 지글러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과 함께 북한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고, 유럽연합의 결의안이 제출되기 전 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식량난과 인권으로서의 식량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기자회견에 참가한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돕기 위해 예년과 마찬가지로 작년에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재정모금을 전개했지만 기대한 만큼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지 못했다""며 ""북한 핵문제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인도주의지원 사업이 북한 인권결의안으로 인해 더욱 곤경에 처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고등판무관실의 한 관계자는 결의안에 대해 ""북한이 작년의 결의안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라별 특별보고관까지 임명될 경우 또 다른 미얀마(버마)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엔 인권위는 미얀마에 대한 특별보고관을 지난 1992년 임명했지만 미얀마의 협력거부로 해마다 결의안이 제출, 채택되었지만 최근까지 실효성 있는 성과를 보지 못한 바 있다. 그는 더 나아가 ""기술협력 (technical cooperation) 프로그램이 결의안에 포함됨으로써 인권고등판무관실이 결의안의 채택여부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인권개선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며 결의안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유엔 인권위가 이제 5주 째 접어들고 있지만 북한과 유럽연합은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아무런 공식적 대화와 비공식 접촉조차 없이 자존심을 동반한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번 유럽연합의 결의안 내용에 대해 아직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작년 북한인권 결의안은 찬성 28, 반대 10, 기권 14로 채택되었고 한국정부는 참가하지 않았다. 올해 북한인권 결의안은 15일 또는 16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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