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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역 부근의 육교 아래 도로를 점거하고 '장애인 차별철폐'를 주장하던 35명의 장애인들과 활동가들이 용산, 수서, 방배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다시 전원연행. 지난달 26일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첫날, '최옥란 열사 추모 문화제' 참가자 80여 명의 강제 연행으로 시작된 '420투쟁'은 경찰서와 광화문 길거리를 안방으로 삼았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은 역도경기장에서 하루 외출을 즐기는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고리를 끊는 해방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장애인들이 지난달 26일부터 19일째 광화문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2년부터 '420투쟁'을 벌여 온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아래 420기획단) 공동집행위원장 박경석(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장)씨는 지난 3년 동안 정부의 정책이나 태도에 있어서 미세한 부분의 변화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420투쟁만이 아니라 200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함께 벌이고 있는데 처음에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들, 예를 들면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이라든지 시내버스 노선에 저상버스를 운영하기로 한 것 등 정책의 변화가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장애인들의 권리보장 요구에 여전히 정부나 관련기관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에 박 집행위원장은 분통을 터뜨린다.
이번에도 420기획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개정을 통한 노동권 확보 △장애인의 경제적 권리를 보장해 주는 장애연금법 제정 △'평등한 통합교육체계' 구축을 위한 장애인 교육법 제정 등 13가지 요구 안을 내놓고, 고건 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농성 19일이 되어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13일 도로점거 역시, 1000개의 좌석 중 휠체어 장애인좌석이 고작 2개뿐인 고속철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외침에 철도청이 침묵하면서 벌어진 절규였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정부의 정책이나 태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아직 부족하다. 박 집행위원장은 ""여전히 시혜와 동정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면이 있고,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들을 일반적인 권리쟁취를 위한 운동이나 어떤 운동의 흐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장애 때문에 사회생활을 못하는 문제는 국가나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지 개인이나 가족이 떠맡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특히 장애인 차별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박 집행위원장은 ""자본의 질서를 따르고 그대로 인정하며 합리성과 효율성을 따지면 과연 누가 이사회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겠냐""고 물으며 ""이러한 구조에서 장애인은 사회에 진입할 수도 없고,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해도 수많은 차별에 봉착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은 각 부문 요구사안을 가지고 정부나 기관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사회 구조 상 발생하게 되는 차별의 본질을 부각시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420기획단은 20일까지 광화문 세종로에서 농성을 지속하면서 장애인 교육 문제, 장애여성의 차별 문제 등을 계속 알려나가는 한편, 매일 저녁마다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제를 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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