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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폭행을 당한 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법원은 폭행당한 시민에게도 일정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6일 서울지법 민사22단독 이선애 판사는 이철용(36, 건설노동자) 씨와 이 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5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천6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관련기사 97년 6월>.
이철용 씨는 97년 6월 1일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 부근에서 한총련이 주도하는 시위를 구경하던 중, 사복체포조(일명 백골단) 5-6명에게 잡혀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로 인해 이 씨는 두개골이 함몰되고 코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씨가 과거 군에서 탈영한 사실이 있음을 밝혀낸 뒤, 그를 곧바로 군부대로 이첩했으며, 이 씨는 보상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탈영죄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렇게 이 씨가 군부대 내로 격리되면서 그에게 폭행을 저지른 전투경찰과 상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사건은 묻혀져 갔다.
이 씨는 ""경찰은 사건 당시 내가 공사장에서 떨어져 다친 것으로 조작하려 했고, 끊임없이 나를 불순세력과 연계돼 사회를 혼란시키려는 악질운동권으로 몰아붙였다""며 경찰의 사건조작 은폐 시도를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 상부의 은폐조작 기도는 밝혀지지 못했으며, 이 씨가 3년 만에야 약간의 손해배상을 받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될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씨의 변호인인 이정택 변호사는 ""5천만원 이상을 청구했는데 2천6백만원 지급 판결을 한 것은 국가배상을 인정한 측면은 있지만 이철용 씨의 과실 부분을 너무 많이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직 판결문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은 시위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본인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이철용 씨는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고 선고가 3번이나 연기되면서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며 ""애초 청구한 금액에는 못 미치지만 그간 치료비가 꽤 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폭행 후유증인 목 디스크와 두통으로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씨는 그로 인해 ""성격도 변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 씨는 ""혼자였다면 판결까지 오지 못하고 포기했을 것""이라며 ""3년 넘게 계속적인 관심으로 지켜봐 준 분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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