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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법무부는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7월 경 개정안을 입법예고 할 계획에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앞두고 그 동안 체포, 수사, 구금 등의 과정에서 인권침해로 지적돼 왔던 문제를 짚고 개정 방향을 살펴보는 기획을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수사기관에서의 신문 조사'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원초적인 부담 외에 그 자체가 위협적이고 불유쾌한 경험이다. 경찰이나 검찰과 대면하는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나'는 (설령 죄가 없더라도) 도무지 이들 경찰이나 검찰과 대등한 입장이 되지 못한다. 범죄 혐의는 법정에서 다툴 일이고, 신문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기타 권리를 고지 받을 권리' 등을 가지고 조사당사자와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어서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사하는 측과 피의자의 대등한 권리(무기대등의 원칙)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호사의 신문 조사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침'은 말일 뿐, '관행'은 여전
검찰은 현행 형사소송법에 '수사에 변호인 참여' 규정이 없는 것을 이유로 그동안 조사과정에 변호인 참여를 불허해 왔고, 이에 대해 인권·사회 단체를 비롯해 학계, 법률가 측에서는 검찰의 제한이 헌법 12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송두율 교수의 '구속과 수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이슈가 됐다. 변호인 참여를 불허하는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송 교수 변호인단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여, 신문 조사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대법원(2003모402)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피의자 신문 조사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인정하며, 단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교수의 변호를 맡았던 송호창 변호사는 ""대법원의 결정은 변호인의 참여만을 인정한 것일 뿐이고, 변호인의 행동과 역할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법률이 없기 때문에 대검내규에 따라 변호인의 참여 방식이 극히 제한됐다""고 말했다. 실제 송 교수 신문 조사에서 변호인은 멀찌감치 출입문 쪽에 떨어져 앉아 지켜봐야 했다. 이러한 변호인 신문 조사 참여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동등한 입장에 선다'는 그 본래의 의미를 충족시킬 수 없음이다.
'참여' 규정인지, '제한' 규정인지 헷갈려
법무부는 지난 2003년 '인권보호수사준칙'이나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을 통해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송 교수 사건에서도 보여지듯 이러한 지침은 권리 보장에 실질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에 '변호인의 신문 조사 참여'는 법률로 규정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무부도 지난해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를 신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개정안을 담당하는 이흥락 검사는 ""증거조작, 피해자와 관련자의 재산 등에 해를 가할 염려가 있는 경우, 신문방해 등이 아닌 이상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입법예고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법 개정 초안에 포함돼 비난을 받은 '48시간 동안의 변호인 참여 제한'이라든지 '신문에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개정안에 넣지 않기로 했다는 것.
그러나 제한규정에 포함된 '신문 방해'는 매우 모호한 정의이고, 지금까지 변호인 참여를 제한한 이유가 바로 이 '신문 방해'였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얼마나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상희 변호사는 ""피의자 자신도 헌법상의 진술거부권에 의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은 신문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그렇다면 신문 방해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자체를 제한할 정도로 우선적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변호사는 ""신문 방해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에서는 심지어 '묵비권 행사를 조언할 것이라는 이유로 변호사 입회를 금지할 수 없다'는 명시적인 조항을 두고 있기도 하다.
변호인의 신문조사 참여는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나 폭력 등을 예방하는 역할은 물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와 같은 실질적인 법적 조력을 가능케 한다. 또한 수사기관이라는 생소한 장소에서 갖게 되는 피의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도 그 역할이 매우 크다. 송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인 무기대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 참여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며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피의자 신문 조서는 법원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피의자가 수사당사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재판뿐만 아니라 수사단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리의 제한은 반드시 법률에 의해야 하고, 그 내용도 구체적으로 시행령에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변호인이 요청할 수 있는 권리에서 당연한 피의자의 권리로
현재 운용중인 법무부의 지침은 '변호인의 요청'에 의해 신문조사 참여를 허용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변호인의 신문 조사 참여는 '요청'에 의해 허용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참여' 자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즉,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에서 '변호인의 참여 속에 신문을 받을 권리'가 피의자의 권리로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 55조 '수사중 개인의 권리 2의 라'에서는 ""자발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지 아니하는 한, 변호인의 참석 하에 신문을 받을 권리""라고 피의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신문 조사 참여'가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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