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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쟁'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미국은 인권을 앞세워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이라크인 포로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리어 인권의 이름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팔루자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이 이 전쟁의 진실을 웅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민간인이 이슬람저항세력에게 보복 살해당하는 장면은 '전쟁'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13일 이라크평화네트워크와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및 팔루자 학살사건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11월에 이라크를 방문했던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임영신 씨는 ""이라크인들이 아부그레이브 감옥에 왜 수감됐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8000명 가까이 되는 수감자들이 대부분 일방적으로 미군에 의해 '피의자'로 규정되었는데 그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무혐의 민간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모든 논의가 '성고문 학대'로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에 반대하며 '팔루자 학살'도 전쟁범죄로서 엄중하게 다룰 것을 요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석태 변호사는 ""팔루자 민간인 학살은 제네바 4협약 '점령지역 민간인의 생명, 신체, 재산권 및 자유 존중'에 위배되고, 이라크인 포로 인권침해는 제네바 3협약 '포로는 △인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함 △모든 경우에 신체와 명예를 존중받아야 함'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미군에 의한 팔루자 민간인 학살과 이라크인 포로 학대는 국제법·국내법으로 형사처벌·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씨는 베트남전 당시 버트란트 러셀이 미국을 민간법정에 세움으로써 전쟁의 부당함을 폭로한 것처럼 이라크전의 경우도 민간법정을 통해 미국을 심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토론회에서는 우선 정부의 파병조사단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재정 코넬대 교수는 국군 3천명의 생명과 안위가 걸려있는 조사를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으로 일관한 파병조사단의 부실조사와 허위보고에 대해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파병이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전후 이라크의 지원을 위하여'라고 명시한 국회 파병동의안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현재 이라크의 상황은 분명한 ""전시 상황""이라는 것. 따라서 정부는 파병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파병을 결정할 당시 논쟁의 주요한 쟁점이 되었던 '국익론'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쏟아졌다. 하지만 그 어떤 비판적인 견해에 앞서 현재의 비극적인 상황은 어떠한 '국익'도 인간의 생명 및 존엄성과 맞바꿀 수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단 며칠 사이에 수백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하고, 가해자로서도 피해자로서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버젓이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이라크전쟁의 특수성이 아니라 바로 '전쟁' 일반의 속성이다. 이런 점에서 ""팔루자 학살은 노근리 학살과 같은 상황""이라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지적은 '전쟁'에 대한 역사적 통찰의 결론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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