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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한 채 피맺힌 절규를 메아리처럼 쏟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제8회 인권영화제를 선언합니다""
250여명의 관객이 물샐틈없이 가득 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21일 제8회 인권영화제가 성대하게 개막되었다.
갇힌 자들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만화가 이동수(인권하루소식 만화사랑방 연재)씨와 노들야학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조한나 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 행사에서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활동가는 개막선언으로 올해 인권영화제의 주제인 '갇힌 자들의 인권'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유 씨는 ""영화제를 통해 우리사회의 무능력한 사람들을 가두고 격리시키는 감옥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감옥과 인권에 대해 고민하며 실천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축사로 나선 '사회보호법 폐지를 열망하는 가출소자 모임' 조석영 대표는 ""전과자들이 출소해서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이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마이애미 모델:FTAA 반대투쟁> 감독 샤샤 콘스탄자 초크 씨도 ""이번 영화제 주제가 감옥인 만큼 내 작품 역시도 전 세계를 감옥으로 만든 자유무역체제에 저항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샤샤 씨는 3분여 동안 인권영화제를 축하하는 비트박스를 즉석에서 선보여 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제8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감옥 관련 작품은 모두 7편으로 해외작 5편은 <스티비>, <아티카의 유령들> 등이고 국내작 2편은 사전제작지원작품인 <감옥탈출>, <그림같은 집>이다.
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정아(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씨는 ""국내 작품 중 본격적으로 감옥을 다룬 작품이 없어 다시금 제작환경의 어려움을 확인했다. 결국 국내작은 인권영화제의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장애인접근권을 위해
제8회 인권영화제에서 주목할 점은 장애인의 관람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다양한 조치들이다. 개막식 시작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해 도임방주 씨 등이 영화제에서 발언되는 모든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수화로 통역했고, 이동식 스크린을 통해 문자통역을 시도해 의사소통을 도왔다. 또한 개막작 <아나의 아이들>에는 시각장애인용 수신기가 배포되었는데 이 작품은 '투니버스' 성우들에 의해 더빙되었다. 국내작 <엄마>등 8개 작품에는 우리말 자막이 제공되고, 해설책자도 점자책으로 마련돼 있다.
조한나 씨는 ""평소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일이 없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장애인석은 늘 구석진 곳에 놓여지기 일쑤다""라며 이번 인권영화제의 노력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인권영화제가 장애인 관람접근권을 위해 좀더 이동이 수월한 곳에서 개최되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개막작 <아나의 아이들> 상영
개막식 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망과 분노를 담은 개막작 <아나의 아이들>이 상영됐다. 영화 관람 후 이 작품에 대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미니 씨는 ""방관자가 아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현실을 잘 아는 감독이 영화를 사실적으로 잘 찍었다. 이스라엘 폭격에 의해 집이 부서지고 가족과 친척, 친구가 죽어 가는 현실 속에서 분노와 불안이 뒤엉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라팔지역을 봉쇄하고 폭격이 지속되어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작품의 상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미나 씨는 전했다.
모형감옥 체험 부대행사
올해 인권영화제에서는 영상을 통해 '감옥의 인권'을 만나는 것 이외에도 모형 감옥 안에서 '체험'을 해보는 부대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하는 감옥은 비약되거나 미화되기 일쑤이며, 감옥에서의 인권침해는 교도관들이 가하는 '폭력'으로만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감옥의 시설과 환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반 인권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부대행사를 준비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서울아트시네마에 설치된 감옥 모형은 실제감옥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0.92평으로 제작된 감옥모형에는 70센티미터의 화장실과 1미터 20센티미터의 거실로 구성되어 있다. 세면과 설거지, 용변이 모두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감옥 안에서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담요, 수의, 세면도구 등도 준비되어 있다.
유해정 씨는 ""현재의 평균적인 '감옥'의 모습을 최대한 가감 없이 재연하여, 관객과 함께 한국감옥의 현주소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며 참여를 희망하는 관객들에게 모형세트 안에서 수감 체험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22∼23일에는 인권시민사회단체활동가들의 계구 착용 시현을 통해 비인간적인 계구 사용에 반대하는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인권투쟁 현장을 보여주는 [비디오로 행동하라! 클릭 인권현장]에서 관객들은 새로운 비디오 액티비즘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흥국생명 노조탄압을 다룬 특별프로그램 <유서>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2일 오후 1시, 25일 오후 4시에 상영될 예정이다. '올해의 인권영화상'은 인권영화제에 출품된 국내작 15편중에서 선정되며 영화제 마지막 날인 26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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