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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는 '가둔 자'와 '갇힌 자'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15년 동안 중국집 군만두만 먹으며 사육된 '갇힌 자'의 복수극은 3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개봉 전부터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극장문을 나서면서 우리는 이 피튀기는 잔혹극이 영화 속 이야기라는 사실에 안심한다. 그리고 '갇힌 자'라는 소재는 남의 이야기, 아니 가능성 없는 영화 속 설정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갇힌 자'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외진 산자락 아래에 '기도원', '○○원'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미신고복지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용자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의 의뢰로 입소된 정신장애인, 알콜중독자 등이 대부분이다. '거리정화'차원에서 경찰에게 붙들려온 행려자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4월 현재, 전국에는 모두 1000여개의 미신고 복지시설에 2만여명이 넘는 생활자가 수용되어 있다. 이들 시설의 특징은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수용자들의 퇴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용자들은 '버림받는' 그 순간부터 이미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 시설 안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인권침해는 그야말로 '후진적'이다. 내 팔다리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갇힌 구조에서, 거침없이 날아드는 폭력에 맞서는 일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미신고복지시설이 민간에서 벌어지는 '사설감옥'이라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갇힌 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정부는 '사회보호법'이라는 그럴듯한 법률 아래에, '교도소에서 죄 값을 치르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그들'을 감호소에 붙잡아두고 있다. 감호소가 범죄자들을 감화, 교육하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수용소'에 가깝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법 제정 이후 24년 동안 벌어진 참혹한 인권유린의 참상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우리 눈에 띄지 않도록 '격리'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신음한다. 안에서의 일상적인 인권침해는 말할 나위도 없고,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감금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눈에 거슬린다"" 혹은 ""위험하다""며 강제로 격리된 정신장애인, 행려자, 피보호감호자 등을 외면한다면 우리 역시 '가둔 자'라는 가해자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근에는 머릿속까지 감시하고 검열하는 거대한 '빅브라더'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우리를 우리 안에 가둔다. <올드보이>는 현실에도 있다.
◎최혜정 님은 한겨레 21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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