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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신문에 변호인 참여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아직 현실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란 요원하다. 대법원 판결의 계기가 됐던 송두율 씨 사건에서조차 변호인은 피의자로부터 2∼3미터 정도 떨어진 뒤쪽에서 신문과정을 관찰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검사 또는 피의자에게 말을 하거나 중간에 개입할 수도 없어서 멀뚱멀뚱 피의자의 뒤통수만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이처럼 형식적인 변호인 참여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8일 '수사과정에서의 변호인 참여권 확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변호인 참여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포함해 법무부가 추진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대검찰청 연구관 이석수 검사는 ""원칙적으로 검사 신문 후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고, 신문 중에도 필요에 따라 의견을 진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세대 법대 한상훈 교수는 ""이러한 참여범위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변호인을 소극적 감시자에 한정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적극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 △이의제기권(수사기관의 부당한 압력, 협박, 회유, 약속 등 진술의 임의성을 침해할 수 있는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 △조언권(피의자가 조언을 요청할 경우 조언) △진술거부권의 고지(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상기) 등이 최소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2003년 1월부터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을 통해 피의자 신문과정에 변호인 참여를 허용하고 있으나 2003년의 경우 1년간 신청건수가 112건으로 매우 저조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활용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이 검사는 ""구속기간이 짧아 참여일정을 조정하기 쉽지 않고 피의자가 부담해야 할 적지 않은 변호인 수임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지금은 변호인이 참여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아무런 법률적 근거 없이 검찰내부 규정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변호인 참여가 형식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송 변호사는 변호인의 실질적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한 교수는 국선변호인의 선정범위를 확대하고, 변호사의 숫자를 늘리며, 보조인 제도를 확충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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