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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부재와 남성중심의 사회통념에 따라 성폭력 가해자를 신고한 피해자가 오히려 무고죄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무고죄’의 위협이 ‘성폭력 피해 드러내기’ 자체를 꺼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이른다.
성폭력특별법 제정 10주년을 기념해 서울여성의 전화는 24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무고죄로부터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방안과 현행 수사 재판 등의 문제를 짚는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여성의 전화 정춘숙 부회장은 “피해자들은 성폭력 사실을 고소했을 때, 수사과정과 사법절차 속에서 겪게 될 고통뿐 아니라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가해자가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상담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수사 사법기관이 성폭력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의심은 피해자에게 ‘왜 사건발생 직후 신고하지 않았는지’, ‘왜 탈출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는지’ 기타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질문 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로 인한 충격과 고통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혼란과 상처로 위축된 피해자는 일관된 진술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피해 당사자에게 성폭력 사실의 입증 책임이 전가되기 때문에 피해자실의 진실성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 ‘무고’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개발원 박선영 연구위원은 법원에서 판단하는 강간죄 구성요건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연구위원은 “법원은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과 협박 정도를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으로 해석하고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있다”며 “강간죄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과는 모순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성행위에 대한 개인의 결정권을 인정하면서 강간죄 구성은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위협과 폭행이 있었는지를 통해 판단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무고죄로부터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폭력 고소가 역으로 무고죄를 구성하는 요건을 엄격하게 할 것 △형법상의 강간죄 규정 재검토 △남성의 시각이 아니라 여성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희 변호사 역시 ‘사회통념’으로 인해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수사 공판에서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하고 ‘무고’의 위협을 받는 현실을 지적하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성폭력특별법, 형사소송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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