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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의문사위)가 1970년대 사상전향공작 과정에서 사망한 장기수 3인을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는 의문사로 인정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이 ""남파간첩을 '민주투사'로 인정""하였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남파간첩과 빨치산 활동을 한 이들에게서 대한민국의 국법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혹독한 고문을 동반한 사상전향공작을 비호하기까지 한다.
1970년대 유신독재 하에서 중앙정보부와 법무부가 전향공작반이라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고문과 강제급식 등 야만행위를 한 것이 정말 손톱만큼이라도 옹호할 가치가 있는 국가권력의 작동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또 그런 야만행위와 국법을 준수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행위가 구분될 수 있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수구세력들이 걸핏하면 들이대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단 하나의 사상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 사회가 증오하는 사상마저 관용하는"" 사회이다. 오히려 수구세력이 찬양해 마지않는 박정희 유신독재가 민주헌정질서를 부정·왜곡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였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따라서 비전향장기수들의 저항은 민주헌정질서와 국민의 기본권 회복에 기여하는 행위였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그들의 희생은 훗날 사상전향제도의 폐지로 귀결되었고, 우리 사회에 사상·양심의 자유가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국제인권조약과 1995년 유엔인권위원회, 2003년 유엔자유권위원회의 사상전향제도 및 그 아류인 준법서약제의 즉각적인 폐지 권고, 우리 헌법과 현행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 조문 등을 세심히 따져보더라도 의문사위의 결정은 정당하다. 우리는 사상전향제도와 같은 반민주·반인권 제도에 저항하였던 그들의 희생을 늦게나마 올바로 평가한 의문사위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의문사위의 결정을 계기로 정부는 유신 치하의 전향공작 책임자를 규명하고, 다시는 반민주·반인권적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기구와 법제를 개혁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의문사위의 결정을 깎아 내리는데 여념이 없는 수구언론들의 주장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의문사위가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비롯한 제반 여건 형성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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