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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해고된 후 만 4년여의 시간동안 쉼없이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벌여온 ‘파견철폐의 상징’ 주봉희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위원장. 주 위원장은 파견법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기 위해 머리에까지 ‘파견철폐’ 글자를 새겨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만 4년 30일만에 다시 KBS 자회사로 복귀했다.
“복직을 축하한다”는 인사에 주 위원장은 극구 ‘복직’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KBS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KBS에 직접고용된 것이 아니라 도급회사로 원직복귀한 것이므로 ‘복직’은 아니라는게 주 위원장의 생각이다. 주 위원장의 아쉬움은 “파견 철폐를 위해 지난 4년여 동안 싸워왔지만 여전히 직접고용이 이뤄지지 않아 복귀한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주 위원장은 “파견제에 의한 간접고용의 상황에서 노동자는 언제나 고용 불안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KBS에서 방송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직 노동자다. 방송사 운전직 노동자들은 애초에 인력회사인 자회사에 고용되어 모회사인 KBS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하지만 96년 ‘개악 노동법 날치기 통과’ 이후 렌트카 회사에서 직접 인력을 파견받을 수 있게 되면서 KBS와 렌트카 회사, 렌트카 회사와 인력회사, 인력회사와 노동자, 이렇게 삼중의 계약이 맺어졌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이중의 착취 구조 속에 갇히게 되었다. 모회사인 KBS가 파견업체에게 준 돈에서 부가세 10%를 기본으로 관리비, 세금, 보험료, 수수료 등을 각종 명목으로 떼고 나면 노동자는 어느새 저임금의 구조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돼 올해로 6년에 접어든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아래 파견법)’ 제6조 3항에 의해 노동자들이 2년마다 반복적으로 해고되면서 상황은 악화되었다. 파견법은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에 따라 2년 이상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게 했으나, 현실에서는 2년이 되기 전날 반복해서 합법적으로 해고당하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다. 주 위원장도 파견법이 시행된 2년 후, 2000년 6월 30일 해고당했다.
주 위원장은 “10년, 15년 동안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났을 때 누구도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딱 3개월만’ 투쟁할 거라 생각하며 파견철폐 투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투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2001년 6월부터 KBS가 렌트카 회사, 인력회사와 각각 계약을 맺으면서 이중 착취구조가 없어지고 “함께 싸웠던 동지들이 다른 현장으로 취업해 떠나면서 2002년에는 정말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주봉희 후원회’를 꾸려 올해 6월까지 계속 후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며 “가슴을 쥐어뜯고 괴로워할 때 어둠의 길목에 선 못난 비정규노동자에게 반딧불 희망을 새겨준 동지들이 고맙다”고 전했다.
현재 260여 명의 KBS 운전직 노동자들은 ‘방송차량 서비스’라는 KBS 자회사에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따라서 2년마다 반복됐던 해고는 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KBS가 58세까지 정년을 약속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주 위원장은 전했다.
“지난 4년여 동안 파견철폐 투쟁이 있어왔지만, 투쟁을 통해 수십 개의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져도 외롭고 소외된 싸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주 위원장은 토로했다. 이어 “비정규직 문제는 전사회적인 문제이지만 조직된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2%도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으로 나뉘어 있는 비정규직이 모두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단체들이 비정규직 투쟁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게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아직 적응이 잘 안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도 “조합원들과 함께 다음 비정규직 투쟁을 준비하겠다”며 파견 철폐의 끝나지 않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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