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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그 동안의 요구를 무시한 채, 대법원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재판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최 모 씨에 대해 15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왔던 하급심 재판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유죄 선고가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북이 분단된 채 여전히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어 불안정성과 불가예측성이 상존하는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국방의 의무는 보다 강조되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며 양심의 자유 제한을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역입영을 거부할 경우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며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가하지 않고 형벌만 부과하더라도 과잉금지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며 종교적 차별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한 전원합의부에서 이강국 대법관만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때에는 양심의 자유가 좀더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유지담 대법관 등 5명은 다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보충의견을 제출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인권의 시계를 뒤로 되돌린 것""이라며 ""대법원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어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도 ""사법부의 인권의식이 실망스럽지만 입법부를 통한 대체복무제 도입의 여지를 남긴 것은 고무적""이라며 ""대체복무제 입법 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 씨는 ""한해 700여 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을 전과자로 만들 대법원의 판결이 유감스럽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가 전국민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다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염창근 씨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전쟁과 군사주의에 대한 반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담담히 털어놓았다.
한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판결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논평을 통해 ""헌재가 기본권 존중의 헌법정신과 헌법상 법익들의 조화로운 실현이라는 관점에 따라 전향적으로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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