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내용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옥중사한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운동 관련성 인정, 전향 장기수에 대한 북송 권고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된 논란은, 허원근 일병 사건을 둘러싼 국방부 특별조사단과 의문사위원회의 갈등으로 증폭되더니, 마침내 의문사위원회 일부 조사관에 대한 전력 시비에 이르러 색깔론 본래의 모습을 띤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일부 보수언론의 일부 사실에 대한 왜곡 및 과장으로 사안의 본질이 왜곡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제3기 의문사위원회 구성을 위한 의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한참 논의중인 점을 고려하면, 의문사법 개정을 저지시켜 의문사위원회의 활동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보수세력과 그 뜻을 앞장서서 실현시키려는 보수언론의 합작품이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민주화 운동 관련성에 대해

우선 옥중사한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운동 관련성 인정과 전향 장기수에 대한 북송 권고 기사부터 그렇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언론은 ""남파간첩과 빨치산을 민주인사로 둔갑시켰다""는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색깔논쟁을 부추겼다. 그러나 의문사위원회의 결정은 전적으로 법률의 규정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정당한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즉 민주화운동 관련성에 관한 결정의 근거가 되고 있는 민주화보상법 제2조 제1호는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이러한 활동과 관련하여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진정을 받아들여 관련자를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고 민주화보상위원회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요청하며 기타 재발방지 대책이나 제도 개선책에 대한 권고사항을 마련하게 되어 있다. 

위법한 전향공작에 죽음으로 항거하다 사망한 경우라면 이는 국민의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임이 분명하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전향공작이 폐지되고 준법서약서로 바뀌었다가 그마저도 아예 폐지된 이상 그들의 행동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킨 행동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전향 장기수 또한 이러한 강제적인 전향공작에 따른 선택이 많았을 것이기에 지금이라도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여 원하는 경우에 북송시키는 것이 위법한 공권력 행사의 장본인인 국가의 도리라는 권고이다.


게임이 아니다

허원근 사건을 둘러싼 국방부 특조단과 의문사위원회 사이의 공방을 보는 태도만 해도 그렇다. 일부 보수언론과 단체들은 국가기관간의 진실게임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는 의문사위원회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피조사기관인 국방부 특조단의 반발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조사관들을 권총(또는 가스총)으로 위협하고 수갑을 채운 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명백한 저항일 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가스총이었는지 권총이었는지, 인 상사가 조사관들을 '긴급체포'하려 한 것인지 여부 또한 피조사기관의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하등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드러난 색깔론

또 의문사위원회 일부 조사관의 운동권 전력을 들어 ‘간첩·사노맹 출신’ 운운하는 중앙일보의 보도는 이러한 일련의 색깔론 공세의 절정을 이룬다. 채용 이전에 모두 사면 또는 복권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신원조회까지 거쳐서 채용된 이상 과거의 전력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간첩' 사건이라는 것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있는 이상 그들도 또한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했거나 그 피해자일 가능성 또한 높은 상황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사망한 자에 대하여 국가가 그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의에 대해서 정면으로 대항한다는 것은 아무리 보수세력이나 보수언론이라고 해도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색깔론이라는 전가의 보도에 다시 손을 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마련일터, 마침 의문사위원회가 일부 사건에 대해서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색깔론으로 반격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청산이 없이 우리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것은 20세기 이후 어두운 과거를 가졌던 모든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역사적 교훈이다. 유독 우리나라만이 반민특위의 와해로 일제청산도 실패하고, 이제 권위주의 청산의 상징이 된 의문사위원회마저 보수세력의 색깔공세 속에 그 전도가 불투명해지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왜곡과 호도를 뚫고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이 현재 위기에 처한 의문사위원회를 구하고,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구하는 길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정지석 변호사/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3640
생산일자 2004-07-19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정지석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분류2
분류3
분류4
소장처
다운로드
페이스북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