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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합의에 실패한 '도하개발의제(DDA)'를 다시 협의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아래 WTO) 일반이사회가 27일부터 2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다. 도하개발의제는 칸쿤에서 열린 WTO 5차 각료회의에서 협의, 채택될 예정이었으나 이경해 열사의 죽음 등 전세계 민중들의 저항에 부딪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2001년 4차 WTO 각료회의는 '새로운 무역체제'에 합의하며 '도하개발의제'를 채택, 농업·서비스·지적재산권 등과 관련하여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3차 각료회의에서 '협상에 있어서의 불평등'과 '빈곤의 남반구로의 집중'이 제기된 이래, WTO 각료회의는 전세계 반세계화 시위대의 저항에 직면하며 민중의 반대 속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일반이사회를 앞두고 제출된 협상틀 1차초안('오시마 초안')을 보면, △농업협상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덤핑을 유발하는 보조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구간별 관세 감축방식'을 택해 상대적으로 관세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더 많은 관세 감축을 강요하고 있다. 또 △비농산물 시장접근분야(NAMA)에 관해서는 5차 각료회의에서 무산된 문서('데르베스 문서')가 또다시 제출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면화보조금 철폐와 이행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27일 '도하개발의제 협상 중단'과 'WTO 일반이사회 규탄'을 주장하며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민주노총, 전농, 자유무역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등은 ""선진국들만을 중심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진척시키는 것이 결국은 전세계 민중들을 배제하는 것""이고, 이는 ""빈곤을 세계화하는 제국주의적 약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국내단체들과 일본의 '탈WTO 풀뿌리 캠페인 실행위원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농업협상이 △자국의 농업 및 식량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을 파괴하고 △수출시장을 확보한다는 명목 하에 개발도상국의 농업을 시장 경쟁으로 내몰고 있으며 △식량안전보다 농산물 무역의 확대를 우위에 둔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농업의 대규모화로 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각 지역에서 소비하기 위한 식량 생산은 부차적인 것이 되며, 흙·물 등이 상품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내에서는 쌀 개방이 철저하게 진행돼 농민들이 농업으로부터 이탈하게 되고,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민중들은 세계 곳곳에서 수입된 식량을 소비함으로써 안심하고 식량을 먹을 권리가 박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사회단체들은 이러한 결과를 강요하는 것은 바로 ""세계최대의 생산력으로 미국형 생산, 유통 방식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다국적기업""이라고 주장하며 'WTO 농업협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22일 일본 외무성과 농림수산성에 공동성명을 전달, 항의의 뜻을 전했다.
국내에서는 WTO 협상의 문제들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최인순 대표는 ""정부가 의료분야는 WTO 협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의료분야 개방과 관련된 법이 입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의료개방을 통해 공적의료 복지체계가 무너지면 가난한 사람들은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공무원노조 김정수 부위원장은 ""물 사유화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며 ""생명의 근원인 물을 이윤의 논리에 맡기는 것은 생명을 상품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WTO 협상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WTO 협상에 대한 입장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국회에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어제 외교통상부 차관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했지만, 외통부는 국회에 입장을 요청하지 않았고 국회도 아무런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무현 정부는 WTO-도하개발의제 협상·한-일자유무역협정·한-미투자협정에 대한 협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9월 10일 이경해 열사 1주기를 계기로 WTO 반대, 우리쌀 지키기를 내걸고 노동자와 농민이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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