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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엄청난 것인지를 알고 있다""
전쟁의 고통이 삶 전체를 관통해왔던 성노예피해자, 강제징집자, 베트남전쟁피해자들이 온몸으로 전쟁의 잔혹성을 증언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겪은 고통들이 또다시 반복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뜨거운 7월의 오후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치며 걸었다.
도보행진 5일째인 28일 2시 광주 도청 앞 섭씨 33도의 기온 속에 ""파병을 하려거든 우리를 밟고 가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따가운 햇빛과 아스팔트의 열기로 연신 땀을 훔치는 이들은 파병을 반대하며 전국도보행진을 하고 있는 전쟁피해자들과 시민, 학생들이다. 이날 이들은 광주에 있는 전쟁피해자 20여명, 남총련 학생 30여명과 함께 광주도청에서 금남로, 중앙로를 거쳐 광주 역까지 행진했다.
태평양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85세의 이금주 할머니는 ""전쟁의 피해를 직접 겪어보니까 정말 피나는 고통의 세월이었다""며 ""우리 손자벌 되는 사람을 또 죽이지 말라는 마음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고령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더운데 걸으니 힘들고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더 이상 전쟁으로 죽는 것은 절대 안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걸었다""고 답했다. 또 ""전쟁이란 세상에 무엇하고 비교할 수 없이 무섭고, 슬프고, 잔인한 일이며 씻을 수 없는 괴로움""이라는 이금주 할머니는 몇십 년 전 전쟁을 통해 처절하게 깨달은 '전쟁의 의미'를 털어놓았다.
태평양전쟁 때 강제 동원된 전쟁 성노예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나는 전쟁이라면 아직까지 무섭고 겁부터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부산에서부터 5일째 더위 아래 걷느라 많이 지쳤다""면서도 ""힘들지만, 정부가 또 우리 같은 전쟁피해자를 만들려 하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왜 그렇게 희생자 만드는 것을 즐기느냐?""며 정부에 대하여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한편, 94세의 할머니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도보행진에 참여해 함께 하는 이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광주에서 이날 행진에 참여한 최순덕 할머니는 ""전쟁이라는 것을 직접 당해봐서 알지만, 모든 꿈과 희망이 산산조각 난다. 그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오히려 ""마음이 너무 절절하니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도보행진에 참여해서 망가지고 쓰러져도,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죽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도보행진을 준비하고 함께 해온 변상철 도보단 행동대장은 ""전쟁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전쟁이라는 가장 큰 폭력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게 만드는지 지켜봤다""고 밝혔다. 변 행동대장은 정부가 '국익' 운운하는 것에 대해 ""태평양전쟁 때 일본 우익들이 '대동아가 다 잘살기 위해서 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전쟁을 일으키고 죽음의 전장에 밀어 넣었다""고 말해 '국익의 허울'을 뒤집어 쓴 전쟁의 추악함을 폭로했다.
도보행진단은 지난 24일 부산을 출발한 후 경산, 대구, 거창을 거치면서 전쟁으로 인한 학살지를 둘러보고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번 새기는 한편 시내를 행진하며 ""전쟁반대,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여왔다. 앞으로 익산, 대전, 천안, 평택 등을 경유해 31일 서울에 도착, 국회와 열린우리당을 거쳐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도보행진단은 31일 11시 서울 영등포역에서 시작하는 서울행진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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