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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치 중이던 시위대 학생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파병강행 노무현 규탄 기자회견' 후, 청와대를 향해 진입을 시도하던 집회참가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서울 지방경찰청 특수 기동대 소속 1078부대 중대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했던 전국학생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한아름 활동가는 ""이 과정에서 밀고 당기던 중 방패들 사이로 틈이 생겼는데 한 중대원이 틈새 아래로 손을 뻗어 연대회의 소속 학생에게 신체적 접촉을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학생들은 주변에 있던 종로경찰서 정보과 경찰에게 ""현행범이므로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라""고 요구했으나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러 온 게 아니니까 112에 신고하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만 들었다. 더욱이 학생들의 전화를 받고 출동한 청운파출소 이모 경감은 '피해자 나와라'며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우선되어야 할 피해자의 인권보호에 무지함을 드러냈다.
집회 현장 책임자였던 1078 중대 김재수 씨는 4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 의혹이)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어제 날씨가 30도를 넘을 정도로 뜨거웠고 중대원들이 가죽 장갑을 끼고, 무거운 방패를 들고 있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기에 객관적으로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약간의 신체적 접촉은 일어날 수 있다""며 여지를 두었다.
이에 대하여 당시 성폭력 사건을 목격한 박태우(고려대 학생) 씨는 ""피해 여학생이 분명히 거부의사를 밝혔으나 성폭력은 계속됐다""며 경찰의 답변을 반박했다. 또한 피해자와 이를 목격한 학생들이 현장에서 가해자 색출과 사과를 요청하자, 1078 중대 소속 경찰들은 문제를 회피하며 결국 ""도망을 가 학생들이 그 뒤를 쫓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당당하다면 왜 도망을 갔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조이여울 편집장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시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고 진단했다. 이어 조이 편집장은 ""이러한 행위는 특정 한 남성의 개인적인 욕구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여성에게 모멸감을 주어 시위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조직적 차원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으로 드러난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는 96년 한총련 소속 여학생에 대한 경찰들의 집단 성폭력, 부안 반핵 투쟁 중 장기주둔 경찰력의 일상적인 언어·신체 성폭력 등으로 가시화되었다.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는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의 뿌리는 훨씬 더 깊고 무수하다.
한편, 3일 연대회의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폭력 사건을 진정했다. 연대회의는 ""집회참가자와 경찰사이에서 남녀간의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집회참가자를 위협한 점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1078 부대가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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