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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 투쟁과 주민 자치의 상징적 공간인 부안에서 영상을 매개로 한 또 다른 축제가 열린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부안동초등학교와 반핵민주광장, 격포항 등지에서 2004부안영화제(http://www.baff.or.kr)가 개최된다. '생명문화를 보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열리는 이번 부안 영화제는 새만금 간척 사업과 핵폐기장 유치 시도를 겪었던 경험을 발판으로 시작됐다. 국내외 2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생태·환경', '핵폐기장투', '직접 민주주의' 등 부안의 어제와 오늘을 성찰할 수 있다. 더불어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부안 지역을 넘어서 진행 중인 '다른 운동의 세계'를 향한 시선들을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부안의 인구가 7만 명이 채 되지 않고, 변변한 극장 하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안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의아스럽게 여기는 반응들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영화제는 부안에서 반핵 투쟁을 거치면서 성숙된 주민 자치의 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작년 하반기 '반핵민주광장'에서 연일 계속되던 촛불시위 행사 중, 부안 주민들의 투쟁을 고스란히 재현한 영상물이 지속적으로 상영되었다. 삼보일배, 고속도로 점거투쟁, 상경 투쟁 등 고되고 뜨겁게 싸웠던 순간들을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함께 공유했던 경험은 부안 주민들이 영화를 좀더 가깝게 느끼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작년 말 반핵대책위 내에는 영상팀이 꾸려졌고, 영상 제작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었다. 이렇게 구성된 영상팀의 활동을 자양분으로 준비가 시작된 부안 영화제는 그 성과물을 '주민섹션'에서 상영한다.
그러나 영화제가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 6월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주민공공문화기반시설인 '부안예술회관'을 사용하고자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종규 부안군수는 부안예술회관운영조례 제7조 중 5항(기타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을 들어 부안예술회관의 사용을 불허하면서 사전검열 시비가 일고 있다. 더욱이 '상영될 영화내용을 알아야만 결정할 수 있다'는 부안군 문화관광과장의 말은 부안군이 부안영화제를 사전 검열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현재 부안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전주지법에 '부안예술회관시설사용불허처분취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여전히 계속되는 부안군의 방해와 열악한 조건 속에도 '환경-생태-생명-자치'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부안 영화제가 주민자치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는 광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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