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지음의 인권이야기] 주민등록번호 성별구분 폐지를 지지하며
내용
"정보인권활동가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성별구분 폐지를 위한 만인 집단 진정 운동'이 언론에 노출된 후 제안단체의 홈페이지가 흥분한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그들은 ""할 일이 그렇게 없나. 별 걸 다 트집잡는다""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는 있다. 곳곳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제시하는 것은 일상이고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는 위험하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이미 개인을 식별하는 번호를 넘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인격을 구성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자신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정보와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자신에 대한 정보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중심으로 한데 모일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어 자신의 정보가 발가벗겨질 수도 있고,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다른  사람이 내 행세를 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가 곳곳에서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있는 지금 현실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문제삼지 않는다면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인권을 얘기할 수조차 없다. 
 
그들은 또한 ""성별구분을 안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자. 성별구분을 왜 해야 하는가? 동사무소에서 증명서류를 뗄 때, 은행에서 돈을 찾을 때,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왜 성별구분을 해야하는가? 굳이 구분할 이유가 없을 때도 구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차별이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감시다. 게다가 생물학적 성징을 기준으로 한 구분 자체가 폭력인 사람들이 있다. 성적 정체성의 노출 자체가 폭력인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왜 국가가 개인의 성적 정체성을 관리하는지, 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처음부터 몰수하는지, 그리고 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성적 정체성을 주민등록번호에 표기해야 하는지 문제 제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들은 ""1번과 2번이 그렇게 큰 차별인가? 상관없으니 1번 가져라""라고 말한다. 제안 단체들이 주민등록번호 자체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사실에 그들이 애써 눈감은 점은 그냥 넘어가자. 그들은 주민등록번호가 어찌되던 정말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유지되어야 할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에 분노하고 왜 흥분한 것일까? 남들이 깨닫지 못하는 차별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소수일지라도 그에 따른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의 문제제기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인권은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예산과 번거로움을 얘기한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전자주민카드를 도입하려 한 전력이 있다. NEIS는 시작도 하기 전에  반대에 부딪혀 수 십억의 예산을 아무 소득 없이 날려버렸다.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가중시킨 교통체계 개편에 향후 몇 년간 수조 단위의 세금이 들어갈 예정이다. 국가 예산은 본래 인권을 보장하는데 쓰여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지음 님은 진보네트워크 활동가입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3739
생산일자 2004-08-23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지음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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