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전 국민이 피해자다
내용
"어떤 사람이 거리를 걷다 왼쪽 겨드랑이가 간지러워 긁으려고 왼팔을 들었다. 이때 덩치 큰 어떤 이가 오더니 ""네가 팔을 들어 나를 주먹으로 쳐 죽이려했다""며 다짜고짜 그 팔을 부러뜨렸다. 같은 일이 모자를 고쳐 쓰려는 이와 머리를 고쳐 묶는 이에게까지 몇차례 되풀이되자 거리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팔을 옆구리에 꼭 붙이고 손목만 까딱까딱하며 걷게 되었다.
 
국보법체제, 일상 전체를 짓누르다
 
국가보안법은 자의적인 처벌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마음 속 깊은 억압체계를 만들었다. 국민들을 공포의 무의식에 몰아 넣고 자기검열을 강요했다. 한국사회는 56년간 국가보안법에 의한 처벌의 목격을 통해 ""특정분야에서 진실을 말하면 무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학습하였다. 국민들은 진실을 알아도 말못하게 되다가 결국 진실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폐단은 사회·문화의 전 영역에서 그 사회 구성원 모두를 짓눌렀다.
 
사회는 상식을 깨는 학문들을 통해 발전해왔다. 학문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기존 이론의 경계를 뛰어넘어 반박하고 비판하면서 진리의 추구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어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애매한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으면 처벌함으로써 학자들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학문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동화 교수(성균관대 법학)는 ""미·소를 중심으로 한 양대 진영의 평화적 공존은 불가피하다""는 강연회 발언이 반공정신에 어긋난다며 구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자가 사회과학적 이론을 자유로이 펴기란 불가능하다.
 
학문·예술의 자유에도 금을 그었다
 
예술은 인간의 꿈과 열망과 동경을 표현하는 분야로 그 상상력에 기반한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공권력의 잣대로 상상력에까지 난도질을 행했다. 검찰은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를 상단의 평화로운 모습과 하단의 통일을 저해하는 요소를 북한과 남한으로 대치시키는 '공안적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화백은 어릴적 고향의 모내기 풍경을 떠올려 그렸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은 문화를 향유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철퇴를 가했다. 자신이 읽은 책이, 책방에서 버젓이 팔리는 책들이 공안기관에 의해 '이적표현물'로 둔갑할 때, 그 누구도 국가보안법의 그물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치와 통일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보안법의 폐해는 사회·문화적 영역에 그치지 않았다. 1958년 진보정당의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목숨을 빼앗은 이후로 국가보안법은 줄곧 대안세력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막아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정당이 지배하는 한국의 정치지형을 형성하였다. 여기서 비롯되는 정책과 제도는 기득권을 제외한 국민들 대다수의 삶의 조건들을 결정하며 그들의 행복을 저만치 멀게 만들었다.
 
91년 남북한은 동시에 유엔에 가입해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북한은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한 주체이고 단기적으로는 화해와 교류의 대상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북한을 반국가단체라는 현실을 무시한 규정을 내리고 있어 화해에 반하는 증오를 재생산해 통일을 저해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학문과 예술을 억압하여 사회와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고 정치지형을 왜곡시켜 일부 기득권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통일을 가로막았다. 이와 같은 일들이 국민들과 무관한가? 이 모든 것들은 국민들 삶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직접 처벌받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록 소수라 하더라도 국가보안법체제가 생산한 부조리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억압하였다.
 
""국가보안법 존치로 피해를 받거나 불편한 사람은 적화통일을 포기하지 않는 김정일 정권과 남한내 주사파 및 친북세력뿐""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김덕룡의원의 말이다. 이 논리는 기득권을 누려온 정치권뿐만 아니라 냉전적 언론에 의해서 재생산되고 있다. 이것이 91년 7차 개정이후 국가보안법 남용이 없었다는 것을 이르는 것이라면 97년 국가보안법에 의한 기소자가 633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기 바란다. 나아가 국가보안법체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이성을 짓누르고 그 자리에 막연한 공포와 자기검열을 채워 넣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피해는 어느 특정 세력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3796
생산일자 2004-09-1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김명수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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