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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부터 안티포스코 홈페이지(antiposco.nodong.net)에 채워진 족쇄가 드디어 풀렸다. 지난 23일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부장판사 이공현)는 지난해 6월 8일 안티포스코 운영자 이용근 씨 등이 “‘포항제철이 나쁘다’라는 외침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낸 ‘도안사용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 씨 측이 포스코 로고에 ‘×’표를 하고 홈페이지 디자인을 사용했지만, 이것만으로 인격권과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정부의 인터넷 내용등급제, 온라인시위 제한 등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갖가지 조치들이 발동”되는 요즘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잠시 숨통이 트였다”고 평했다.
포철, 저작권 들먹이며 노동탄압
안티포스코는 97년 포항제철이 삼미특수강 인수합병시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삼미 해고노동자들에 의해 지난해 3월초 만들어졌다. 애초 안티포스코에는 POSCO 앞에 ANTI를 붙이고, 로고에 붉은 색으로 ‘×’표를 했으며, 포항제철 홈페이지(www.posco.co.kr)에 올려진 회사사진을 복사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합성했다.
당시는 포항제철이 중노위와 고등법원의 원직복직 판결까지 무시하며, 3년 가까이 싸워온 삼미 해고노동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던 상황. 이때 포항제철은 저작권과 인격권을 들먹이며 POSCO, 로고와 회사사진을 안티포스코에 사용하지 말라고 안티포스코 측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는 자신에 반대하는 표현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이자, 명백한 노동탄압이었다. 하지만 서울지법 민사55단독(판사 이선희)은 정확히 2주 후에 포항제철의 손을 들어줬다.
표현의 자유, 저작권에 역전승
2000년 4월 17일 도안사용금지 가처분 결정 직후, 전세계 26개 회원 네트워크와 38개 협력 네트워크로 구성된 국제진보통신연합(APC)은 이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어 8개국 11개에 달하는 복제 싸이트가 만들어졌으며, 여기에는 리쳐드 스톨만이 제작한 싸이트도 포함됐다.
이에 가처분결정을 내렸던 민사55단독 이선희 판사는 ‘잘 모르겠다’며 같은 해 7월 18일 이의신청에 대한 판단을 민사합의부로 이송했다. 민사합의부는 10월 27일 “이 사건은 가처분절차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할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그 재판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받으라”고 본안소송으로 이관하려 했다. 하지만 포항제철이나 안티포스코나 본안소송까지 가지말고 판결해 줄 것을 요구해, 결국 지난 23일 서울지법 민사합의부는 도안사용금지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기에 이른 것.
저작권은 거대자본의 통제수단
당시 이의신청을 제기한 후 오늘의 승리를 이끌어 낸 이용근 씨는 “이번 사건은 회사 로고에 ‘×’ 표한 것만으로도 저작권과 인격권을 들이댄 것”으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항의수단이었던 ‘노래가사 바꿔부르기’에 저작권법을 적용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이어 “이번 판결은 권력에 의한 통제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거대자본의 시도를 막아냈다”고 환영을 표했다. 소송을 대리한 김기중 변호사는 “저작권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 사건이었는데, 법원이 일단 표현의 자유 쪽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했고, 삼미 해고노동자 송철원 씨는 “이번 결정에 따라 초기화면을 원상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대법원 삼미해고노동자 선고
한편 96년 12월 16일 삼미특수강이 봉강과 강관 사업부를 포항제철로 팔아 넘기기로 하면서 시작된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고용승계투쟁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7월 27일 오후 1시 30분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린다.
삼미특수강노조 고용승계특별위원회 소속 182명의 조합원들은 ‘포철이 96년 삼미특수강 봉강과 강관사업부를 인수해 고용승계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97년부터 5년 가까이 고용승계 요구를 해 왔다. 97년 중앙노동위에서 삼미특수강 노동자에게 복직판결을 내리자 포항제철 측이 이에 불복, 법원에 소송을 내자 99년 1월 22일 서울고법도 고용승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고용승계불가’ 입장을 고수한 포철이 대법원에 상고, 2년 6개월만에 확정판결 일자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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