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노동자가 풀어야 할 숙제, 비정규직
내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숨을 건' 단식이 37일(6일  현재)째 이어지고 있다. 매번 단식투쟁이 목숨을 건 각오로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목숨을 걸었다. 현대자동자비정규직노동조합(아래 현자비정규노조) 안기호 위원장은 비정규직  투쟁으로 1년 이상  지속해온 수배생활에 이어진 단식 탓인지 5일부터는  간혹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안 위원장은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현자비정규노조가 '고용보장 쟁취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집단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73일째.  7월 23일 '공정 직영화'라는  미명 아래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 43명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됐다. 이때 안 위원장을 포함한 현자비정규직노조 핵심간부들도 모두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되었다. 안 위원장은 이를 ""노조 핵심간부들을 겨냥한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말한다. 정리해고를 당한 후 비정규노조원 11명은 현장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22일, 노동부로부터 현자  현장에서 실시하고 있던 파견노동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현자비정규노조는 금속연맹,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와 함께  5월 27일 (주)현대자동차 등 21개 원·하청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 노동부에 진정했다. 노동부는 '△원·하청 혼재 △주야교대 작업  △일시적 결원 발생 시 대체작업  △하청업체의 계약해지 시 전환배치  및 계속근로 여부를 원청에서 결정하여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사실관계에 있어 노무관리상 및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결여된 것'을 사유로 1,8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현대자동차에 '해당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관한 개선계획서'만을 제출토록 조치해, 금속연맹은 ""노동부가 직접고용을  지시하던 기존의 판정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더욱이 사측이 이를 실행하지 않은 채 '고용승계'는커녕  '퇴거강행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신청, 농성장과 현장 곳곳에 법원의 강제퇴거 고시문이 부착돼 강제퇴거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에 드러난 불법파견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자 울산공장에는 1만2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동일한 작업을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힘든 공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현자비정규노조 조병용 노조원은 ""임금뿐만 아니라 복지에 있어서 차별이나 비인격적인 대우 등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서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불안""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비정규직 내부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불법으로  판정된 1차 하청뿐만 아니라 2·3차 하청이 존재하고 '한시하청'에  '파견아르바이트'까지 있다. 갈수록 노동조건이 열악해짐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2차 하청'이라고 밝힌 한 노동자는 ""정규직은 월급이 인상되면 9만원, 10만원씩 오르지만, 비정규직은  고작 시급 10원  올리려고 발버둥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에는 최저시급임금에서 10원, 그리고  올해에도 16원이 올랐을 뿐이다.   
 
이번 현자 비정규직 투쟁을 민주노조  운동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인 고비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망이 없다는 위기감이 노동계에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 역시 ""현자 비정규직 문제는 전  사회적인 비정규직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현자 비정규직 투쟁은 800만에 달하는 전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번 투쟁은 향후  파견법 개악저지와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민주노총의 하반기 총파업투쟁의  전초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한편, 6일 현자 울산 본관 앞에서  진행된 '원·하청 결의대회'에서 신독수 5공장 비정규직 담당 대의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해서 안 위원장이 '죽음의 단식'을 끝낼 수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지만 오히려 이 호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현실적 어려움을  드러내는 듯 했다. 노동자 내부를 분할하며 통치하려는 자본의 이중전략에 '노동자 계급의 단결된 힘'은 여전히 노동운동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3844
생산일자 2004-10-06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박석진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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