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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라는 '유령'이 대학을 배회하고 있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한 대학의 경우, 강남권 학생은 지원자 87명 중 28명이 합격했지만 비강남권 학생은 53명의 지원자 중 한 명도 합격하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사회가 비강남권 학생들에게 선사한 '절망'이라는 높은 벽이었고, 학생들은 '출신성분'을 원망하며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대변하듯, 소위 '명문대학' 진학을 통한 계층 상승은 모든 가난한 이들의 '꿈'이었다. 하기에 '논 팔고 소 팔아서 공부시킨다'는 말이 빈말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교등급제라는 '현대판 골품제'는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꿈'을 박탈하고 부의 가치만이 사회적 명예와 지위를 보장해준다는 천박한 가치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 교육관련 사회단체가 ""고교등급제는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서울 강남이 아니면 '명문대학'에 원서조차 쓸 수 없도록 하는 반인권의 극치""라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고교등급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회단체의 그러한 주장은 반 쪽짜리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고교등급제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그나마 '명문대학'에 원서라도 쓸 수 있는 '우등생'이며, 우등생과 열등생 역시 부모가 가진 경제·문화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공교육이 '포기한' 학생,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등록금 문제로 대학의 꿈을 접어야 하는 학생 등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고교등급제 논쟁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그들에게 교육은 빈곤을 재생산하는 처참한 현실을 확인하는 '절망의 벽'일 뿐이다.
다시, 문제는 '교육의 공공성'이다.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음으로써 인류가 개척한 진리의 지평을 확대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 이는 '학교' 현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는 우리에게 소중한 영감을 주는 살아있는 역사다. 벤포스타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공부를 하는 대가로 오히려 돈을 받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며 학교 밖에서 '삶을 배운다'.
세계인권선언 역시 '무상교육의 점진적 도입'으로 모든 사람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져야 함을 인권의 원칙으로 밝히고 각국 정부가 세부실천계획을 실행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민이 결심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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