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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갓길 여고생 실종 5일째""
야무지게 다문 입술, 앳된 얼굴의 한 여고생 사진 아래 안타까운 제목이 달려있다. 며칠 째 종적을 알 수 없다니 찾는 이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무슨 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레 기사를 읽어 내려간다. ""속옷도 버려져 납치된 듯"" 선정적인 부제목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속옷까지 버려졌다고? 자연스레 끔찍한 성범죄 장면이 뇌리를 스친다. 오싹 소름이 끼쳐 눈을 감는다.
며칠 전 연합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들은 천안에서 실종된 여고생 사건을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버려진 채 발견된 물품 가운데 '속옷'이 있었다는 사실도 빠짐없이 실렸다. 하루 방문자만 수십만 명에 달한다는 미디어다음은 그녀의 사진과 기사를 초기화면 탑 기사로 올렸고, 네이버에도 같은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천안 경찰은 현재 사진이 실린 전단지를 곳곳에 배포하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여고생의 사진을 본 걸까? 그녀가 살아있을까 하는 걱정보다 설령 살아있다 해도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그녀가 살아 돌아온다 하더라도 '안 봐도 비디오다!'라는 식의 의혹에 찬 시선들이 그녀를 따라붙을 테니 말이다.
성범죄의 피해자를 '폭력의 희생자'라기보다는 '불결'이나 '타락'과 연결시키는 이 사회에서 그녀는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게 평생 그녀의 삶에 주홍글씨처럼 새겨질 낙인의 공포를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혀 온다. 그녀가 결국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녀는 과연 자신의 사진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을 원했을까?
물론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성범죄의 가해자이지 피해자가 아니다. 하지만 성범죄 혹은 성범죄 사건일지 모르는 여성의 실종 사건을 다루는 언론과 법집행당국에는 피해자가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속옷'이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그녀를 찾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다만 사건을 접하는 이들의 호기심과 그녀에 대한 낙인 효과만 배가시킬 뿐. 다중이 접근하는 언론은 실종된 사람을 찾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 10대 여성의 얼굴을 팔아 독자의 눈길을 끌고자 하는 것인지 자신에게 되물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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