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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천막은 부서져 농성장은 금새 아수라장이 됐다. 항상 민중의 요구를 짓밟아왔던 군홧발로 전경들은 천막을 능멸했고, 인권활동가들을 모독했으며, 장애인들을 절망케 했다. 3일 여의도 농성장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천막의 잔해들만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여당도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없애라는 주장과 과거 국가폭력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침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다시는 끔찍한 인권유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 그리고 장애인들에게도 이동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뭐 그리 불순한 것이었기에 그들은 방패를 휘두르고 폭력을 앞세웠을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전경들 앞에서 \'비폭력\'을 외치며 온몸으로 저항했던 농성단들은 천막을 지켜내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천막 안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경들은 \'피맛을 본 하이에나\'처럼 사정없이 천막을 부수고 찢어놓았다.
\'폐허\' 위에서 농성단들은 전경들의 차를 맨몸으로 막아서고는 ""경찰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결국 차는 움직이지 못했다. 농성단 책임운영위원장 박래군 활동가는 ""평화로운 농성장에 경찰의 폭력 침탈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폭력적인 천막 철거를 규탄하며 ""천막이 원상복귀될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전했다. 전경들은 한 두 차례 진압을 시도했지만 농성단은 밀리지 않았다. 해가 기울어 어두워졌을 때 사람들은 촛불을 들었고 \'남겨졌던\' 전경차는 황급히 꼬리를 감췄다. 국회 앞에는 다시 천막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앞서 이날 낮에는 올바른 과거청산과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인권활동가 340명의 선언이 발표됐다. 이들은 ""식민지 시대를 제대로 평가하고 역사에 올바로 기록하는 것, 의혹을 규명하고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것, 피해자에게는 명예회복을 가해자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 이 모든 과거청산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의 숙제""라고 주장했다. 또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능멸하고 자유를 목졸랐던 자들이 반성은커녕 비이성적인 선동을 일삼고 안보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모독하지 말고 국보법을 완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회 앞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청산, 언론개혁,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제·개정 등 4대 개혁입법을 촉구하는 단체들과 함께 장애인이동권연대·교육권연대가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장애인 교육예산 6% 확보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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