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지음의 인권이야기
내용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떤 사람은 범죄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 많이 남아 있다. 범죄자들이 한순간에 개과천선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고, 그렇다면 그들은 다른 지역으로 갈 것이 아닌가. CCTV가 설치된 지역만을 돌아다닐 것이 아   니라면, CCTV는 더 많이 더 빽빽하게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우범지역에 첨단 CCTV 272대를 설치하고 이것을 원격 통합 관리하는 관제센터를 세운 강남구청은내 미설치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감안해서 곧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 다른 구청도 뒤따라서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와 경찰 역시 CCTV 설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니 전국 모든 곳에 CCTV가 설치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런데 CCTV의 개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의 경우는 CCTV에 찍혔는데도 화면상으로는 얼굴이 잘 식별되지 않아서 검거에는 도움이 안됐다고 한다. 해상도와 줌 기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뛰어난 CCTV를 써야 한다. 강남구 내 CCTV가 설치된 지역에서 부유층 주민으로 위장한 절도범이 수 차례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관제센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얼굴 인식 시스템도 개발됐다는데, 범죄자 화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범죄자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CTV 바로 앞에서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투시 카메라를 도입해서 얼굴을 가려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니면 CCTV 앞에서는 모자나 마스크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해서 추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던가. 
    
너무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고? 아니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CCTV의 설치 확대를 추진하는 자치구와 경찰의 주장이 이와 얼마나 다른가? 우리가 첨단 기술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맹신한 채 자신의 인권을 하나둘씩 포기한다면, 충분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시나리오다. 그리고 일부는 이미 현실이며 또 계속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잠깐만 상상해보자.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모습이 CCTV에 촬영되고 기록되는 사회. 누군가 맘만 먹는다면 한 사람의 모든 행동을 24시간 추적할 수 있는 사회. 골목마다 경찰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지나다닐 때마나 매번 불심검문을 한다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경찰이 한 사람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것은 어떨까? 첨단 CCTV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과연 이보다 덜 심각할까?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채로 행동해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개인의 행동은 큰 제약을 받는다. 프라이버시가 없다면, 자유도 없다. 
    
범죄 예방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인권 침해 소지는 명백한 CCTV. 법률적 근거도 없고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으며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무시한 채로 확대일로에 있는 CCTV. 지금 당장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 지음 님은 \'진보네트워크\'의 활동가입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3971
생산일자 2004-11-22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분류2
분류3
분류4
소장처
다운로드
페이스북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