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류정순의 인권이야기 - 생명줄을 끊는 단전단수
내용
"2004년 2월에 전기세를 내지 못하여 단전된 장애인 부부가 석기시대의 사람들처럼 촛불을 켜고 살다가 불타 죽은 사건이 광주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위험에 처한 단전단수 가구수는 89만에 이르며 잠재단전단수가구를 합치면 백만가구에 육박한다(조선일보). 
 
채무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보장  원칙은 선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기본원리이며 우리사회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민사집행법은 압류금지채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입법과정 중의 통합도산법(안) 및 개인회생법에는 면제자산의 범위와 개인회생절차 시에 최저생계보장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민사집행법 제246조(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강제집행)에는 조명기구, 가스레인지와 같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재화는 압류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 동안 연체되면 단전단수가 가능한 것이 현행 제도이다. 설령 조명기구가 압류금지 품목으로서 채권자에게 빼앗기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한들, 전기가 끊긴  집 사람들에게 조명기구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수도와 가스가 끊긴 가정에 설령 가스레인지와 밥솥이 남아 있다고 한들 어떻게 끼니를 끓일 수 있을까? 한편에서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재화의 압류를  금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전기, 수도, 가스 등과 같은 생명줄이 적법한 채권회수  절차가 생략된 채 끊길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이 법제화된 이 사회에 시장재화가 아닌 공공재란 없다는 말인가? 지하철공사가 그토록 부실기업이라고 해도 한전이나 도시개발공사보다는 인심이 후하여 노인·장애인에게는 무임승차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가? 전기수도를 끊는 행위는 바로 빈민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시장결함과 시장실패로 인하여 시장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사회에서마저 배제되는 것을 방지하고, 주류 경제사회로 재진입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단전단수 위기에 처한 한계선상의 위기가정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주류 사회로 동참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전력서비스 현대화법에는 \'에너지 기본권 보장\'개념이 도입되어 있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전기를 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전력회사인 프랑스 전력은 이를 이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도 전력공급이 끊기는 일은 없다. 돈이 없어서 전기세를 못내는 가구들을 위해 프랑스 전력은 연간  1억유로(1700억원)의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 전기요금 체납자  관리와 지원사업을 편다고 한다. 우리도 프랑스의  전력서비스 현대화법과 유사한 법의 제정을 통하여 전기, 수도와  가스와 같은 공공재에 대해서는 가난으로 인하여 체납되더라도 끊는  일이 없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류정순 님은 빈곤문제연구소 소장입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4053
생산일자 2005-01-03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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