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권시평> 학교에 안나가도 될 권리
내용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우리 집 아이가 학교엘 안 다니겠단다. 지난 학기초의 일이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 '군기' 잡는다고 좀 엄하게 다스렸나보다. 여름방학을 맞아 담임선생님이 작성해서 보낸 가정통신문에도 그렇게 적혀있었다. '욕심이 많은 담임으로서, 5학년의 질서를 잡는 담당을 자청해 맡아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엄하고, 급식도 남기지 않도록 하고, 때로는 매도 들었습니다. 혹 서운한 점이 있었다면 너그러이 이해 바랍니다.' 

집에서도 유독 엄마 말도 잘 안듣고 말썽이 잦은 아이인지라 솔직히 학교에 보내놓고도 늘 조마조마하긴 했었다. 하루는 아이가 일기를 안 써갔다고 선생님한테 '엎드려 뻗쳐'를 당했나 보다. 그 다음날부터 결사적으로 학교엘 안가는데는 나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한 달인가를 그렇게 학교에 가야 하느니, 안 가겠다느니, 실갱이를 하고 있는 참인데 어느날인가는 담임선생님이 인편으로 편지를 부쳐왔다. '학교엘 안나올 시는 학교장이 두 번 이상 경고조치하고 계속 불응시에는 동장에게 보고하여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실로 무시무시한 경고장이 아닐 수 없다. 아이가 무슨 빚을 진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단지 학교에를 좀 안나갔을 뿐인데 웬 경고조치며, 웬 과태료인가, 알아봤더니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서 퇴학도 없고 일방적으로 학교에 안 나가면 과태료를 물릴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의무교육이라! 그것은 아이가 교육받을 의무가 있다는 게 아니라 국가가 아이를 교육시킬 의무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예전에 시골에서 부모가 아이를 일시키려고 일부러 학교에 못 가게 한 사례를 본적은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초등학교에 다닐만한 아이들을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시키는 뜻은 알겠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 시대는 변했지만 교육현장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게 없다. 당연히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엘 안가면 좀더 부드러운 방법으로 왜 아이가 학교에 안나오려 하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무슨 빚쟁이처럼 경고장부터 날리고 보는 학교측의 처사에 그렇게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온갖 쇼를 다한 나였지만 학교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는 아이가 학교에 간다해도 가지 말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학교측은 마치 국가가 아이를 교육시킬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학교에 나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경고장이 무서워 아이는 학교에 나갔지만 가는 아이나 보내는 나나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나 나나 '의무'만 있지 '권리'는 없어서인가. 

공선옥 (소설가)"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1422
생산일자 2000-07-2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공선옥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단신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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