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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말레이시아 전 부총리 안와르 이브라힘이 동성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자 국제인권단체들이 심각한 인권의 후퇴라며 비난에 나섰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번 판결은 말레이시아 국민 누구든 정치적 지도층의 눈밖에 나기만 하면 인권이 매우 위태롭게 됨을 보여준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또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법률의 편파적 적용에 의해 훼손 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밝혔다. 말레이시아 내 인권단체 수아람(SUARAM)은 ""강한 정치적 입김을 고려할 때 사실 예견된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국민들은 더욱더 사법부의 독립성을 불신하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동성애 혐의로 14개월 동안 재판을 받아온 안와르 이브라힘은 의형제 수크마 다르마완과 함께 지난 8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 고등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구체적 범죄사실 없이 안와르를 정치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번 사건에 적용된 동성애금지법 도 문제다. 국제 앰네스티는 ""동성애금지법은 정부당국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는 구실로 이용될 뿐 아니라 차별 받지 않을 자유, 프라이버시권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며 우려했다. 더불어 이번 사건은 진행 과정에서 경찰의 가혹행위, 재판의 공정성 시비 등 숱한 문제를 낳기도 했다.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경찰은 증인들에게 안와르의 혐의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고 중 한 명인 수크마는 차가운 방에서 발가벗겨진 채 성적 모욕을 당하거나 알 수 없는 장소에 끌려가는 등 신체적 정신적 압박 속에 강요된 자백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법원은 수크마의 자백을 자발적인 것이라며 증거로 인정해 비난을 샀다. 또 기소장에서 혐의 사실과 관련된 날짜가 여러 차례 변경되었다. 안와르의 유죄를 단정한 마하티르 현 말레이시아 수상의 발언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안와르 사건을 기점으로 말레이시아 정부의 통제는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98년 이후 정부는 시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며, 수백 명의 시위 참여자들을 체포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에서의 대중 집회 또한 금지됐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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