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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정부는 처방료와 진료비를 올려주겠다며 폐업하는 의사들을 구슬렸지만 닫힌 병원 문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애꿎은 서민들만 의료보험료 인상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병원 경영이 어렵다고들 한다. 가뜩이나 국고지원이 낮은데다 거의 전적으로 민간차원에 내맡겨져 있는 상업주의적 의료체계 하에서 의사들은 약육강식의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몇 안 되는 대형병원은 날마다 '손님'으로 바글거리는 한편 동네병원들은 맨날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의료수가를 대폭 올리자는 주장이 나옴직하다.
그러나 의료수가를 올린 다음은? 현재와 같은 상업주의적 의료체계가 유지되는 한 살벌한 경쟁은 계속될 것이며 거기서 밀려나는 동네병원들은 다시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약물을 '남용'하는 '화끈한 처방'이 판치기는 지금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인상되기만 하는 의료수가가 자꾸만 서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때 결국 미국처럼 보험료나 진료비를 감당 못하는 많은 서민들은 병원에도 못 가는 고약한 나라가 될 게 빤하다. 낮은 임금과 불안한 처지에서 허우적거리는 노동자들은 더 이상 내놓을 보험료도 의료비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가 되라는 것은 말장난이다. ""생명을 볼모로 삼지 말라""고 매도해대는 것도 우리 의료제도의 본질적인 병폐와 정부의 무책임한 의료정책을 은폐해주기에 딱 알맞은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도 틀린 말은 아니다. 상업주의적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의료수가 인상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미봉책을 거부하는 것도 아닌 의사들이 ""국민 건강권 수호""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현재의 병원을 서서히 공공기관으로 전환하고 국가가 비용을 책임지는 보건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민중들은 경제적 부담 없이 병원을 드나들 수 있고, 의사들은 지금과 같은 살벌한 경쟁과 밥그릇 싸움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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