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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투경찰'의 변신을 꾀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헌 소지를 안고 있는 전투경찰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이름'만 바꾸는 변신이다.
경찰청(청장 이무영)은 지난 17일 ""전투경찰이라는 호전적인 명칭을 시민 친화적인 이름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찰은 11월말까지 새 이름을 공모하고 최종 명칭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관계법령을 개정하여 내년에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시위 진압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름'만 바꾸는 것일 뿐, 전투경찰 제도에 대한 다른 사항들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전투경찰대설치법은 원래 대간첩 작전 수행을 목적으로 1970년에 제정된 법이다.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배경 속에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전투경찰은 실제 법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돼왔다. 대부분 훈련소나 군부대에서 차출된 군인 신분의 전투경찰은 대간첩 작전과 같은 군사 목적보다는 대(對)민간 작전인 학원 노동계의 시위 진압을 주로 해왔던 것이다. 최근에도 롯데호텔 파업진압과정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바 있다.
이와 관련 최창동 전 부산외대 교수(법학, 현 독일 체류)는 98년 <말>지 8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투경찰이라는 이름의 군인을 민간 치안에 출동시키는 행위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지 않는 한 공공 질서의 유지를 위해 군인을 출동시킬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91년 전투경찰 신분으로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박석진(31) 씨는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전투경찰설치법이 ""국민의 평등권 양심의 자유를 가질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투경찰은 군인 중에 차출되기 때문에 다른 병역의 의무를 지는 사람과의 평등권에 위배되며, 자신의 양심과 반하는 일을 명령받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가질 권리까지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95년 박 씨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선 시위진압명령의 위헌 여부에 대해 5:4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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