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99년을 맞이한 우리 앞엔 여전히 많은 인권과제들이 놓여있다.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인권과제 가운데 주요 내용들을 짚어봤다<편집자주>.
1.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김대중 대통령이 국내외에 널리 약속했던 ‘국가인권위원회 설치’가 올해 안으로 가능할 것인가?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인권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인권법을 공포할 예정이었으나, 당정 간의 이견 때문에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인권위 설치에 있어 관건은 인권위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위치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특수법인’ 형태의 인권위를 고집하고 있고, 여기에 자민련도 동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인권위 설치 문제는 결국 김대중 정부가 인권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2. 사상탄압법 폐지
“국보법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들어 국보법 구속자는 3백명 이상 양산되었고, 대학강사가 국보법 전력을 이유로 강단에서 쫓겨나는 등 국보법에 근거한 사상탄압과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올 한해 민간단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캠페인을 본격화할 움직임인데다, 또 최근 유엔인권이사회가 국가보안법 적용과 관련해 “유엔 인권규약 위반이며,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하라”는 결정을 내리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을 거론하고 있는데, 자칫 대체입법이 사상탄압법의 또 다른 변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따라 대체입법론에 대한 민간진영의 대응도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 사상전향 여부를 잣대로 국보법 전력자에 대한 감시통제를 합법화하고 있는 보안관찰법 역시 서둘러 폐지되어야할 법률이다.
3. 양심수를 가족 품으로
“이제나저제나.” 양심수 정치수배자의 가족들은 한결같은 마음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모두 석방되리라 믿었던 양심수가 아직도 3백명 이상 남아 있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정치수배중인 한총련 관련자 65명은 이 거리 저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벌써 다섯 달째 조계사에서 힘겨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양심수 석방과 수배해제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준법서약제는 사상전향제도의 변종일 뿐이며, 따라서 준법서약은 양심수 수배자 문제 해결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활기를 띄는 듯하던 민주화유공자보상 문제도 법 제정 단계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인혁당 사건, 제주 4 3 사건 등의 진상규명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4. 감옥을 바꾸자
지난해 인권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감옥의 인권은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소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겨울철에 동상에 걸린 경험을 갖고 있었으며, 도서열독권이나 집필권, 청원권 등 재소자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교정행정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국제인권기준과는 사뭇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여건상 가시적인 처우개선은 더디더라도, 재소자 또한 국제인권기준에 걸맞게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 상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무작위 불심검문 폐지
시민들의 ‘작은 권리’가 철저히 짓밟히는 현장. 바로 경찰의 불심검문 현장이다.
지난해엔 경찰의 불법 불심검문에 대한 소송이 잇따랐고, 법원으로부터 국가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불심검문 관행은 전혀 시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작위 불심검문과 함께 경찰의 총기남용 관행도 올해엔 사라져야 할 모습이다. 이를 위해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권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