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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이나 강도짓을 하라는 말인가?
생계유지를 위해 한겨울 길거리에 나선 노점상들이 관할 구청 단속반의 폭력단속으로 인해 삶터도 뺏기고 몸도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6일 오후 4시경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 공터에서 노점을 벌이던 노점상 10여 명은 분당구청 단속반에 의해 노점집기와 리어커 등을 모두 뺏겼으며, 그 과정에서 단속반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임산부 한 명이 입원을 하는 등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임신 3개월의 몸인 차지영(닭꼬치 장사) 씨는 단속 과정에서 손가락 네 개의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어 인근 제생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이며, 8일 중으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단속 당시 차 씨는 생후 13개월된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으나, 단속반원들은 차 씨를 넘어뜨리고 허리 등을 발로 걷어찬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경(계란빵 장사) 씨는 “단속반원들은 여자든 남자든 가리지 않았다”며 “내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리더니 발로 짓밟았다”고 밝혔다. 또 조철수(오뎅 장사) 씨는 단속반원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광대뼈가 어긋나고 팔꿈치 뼈가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조 씨는 “리어커를 끌고 가길래 쫓아갔는데 7-8명이 달려들어 밀어 넘어뜨리더니 발로 밟고 걷어찼다”며 “단속과정에서 서로 밀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넘어진 사람은 발로 걷어찰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CT촬영(20만원)도 못하고 있다.
목격자들마다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나, 이날 단속에 투입된 단속반원은 평소의 30-40명을 크게 웃도는 1백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과정을 지켜봤던 인근 음식점 주인은 “도저히 공무원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인근 불량배들을 동원한 것 같았다”며 “어떻게 임산부와 아줌마들까지 그렇게 팰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팔짱 낀 경찰, 폭력 수수방관
이날 사태와 관련, 노점상들과 목격자들의 분노를 산 것은 특히 경찰의 태도였다. 경찰 10여 명이 단속과정을 지켜봤으나, 단속반원들의 폭력행위를 수수방관했다고 목격자들은 입을 모았다. 노점상 정성우 씨는 “이날 사태는 경찰관 입회하에 벌어진 만행에 다름아니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편, 단속을 당한 노점상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고 노점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생계형 노점상들이다. 바람막이도 없는 반평 남짓의 리어커에서 계란빵 또는 오뎅, 닭꼬치 등을 팔아온 이곳 노점상 가운데엔 노점을 시작한지 겨우 1-2주밖에 안된 사람들도 있었다. 차지영 씨는 “남편 실직 후 이 일을 시작한지 보름도 안됐는데, 그동안 다섯 차례나 단속을 당해 장사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며 “더 이상 갈 곳도 없어 버티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조철수 씨도 “회사에서 짤리고 음식점에서 일하다 해고된 뒤 노점을 시작하게 됐다”며 “겨우 일주일만에 노점을 뺏기니 이제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근 음식점 주인은 “마지막으로 한 번 살아보겠다고 하는 일들인데, 그게 도둑질보다 낫지 않느냐”며 “없는 사람의 설움이 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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