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아수라장이었다. 쏟아진 오뎅국물이 바닥을 뒤덮고 순대와 떡볶기 가락이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길을 지나다 구경을 하던 여학생들은 비명을 질렀고, 전투경찰들은 시민들과 노점상 사이를 경계짓기 바빴다.
지난 6일 노점상 단속이 벌어졌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 공터에서는 8일 낮 또 한 차례의 단속작전이 벌어졌다<본지 1월 8일자 참조>. 이날 서현역 앞에는 6일 단속을 당하다 중상을 입은 한 노점상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좌판 세 개가 노점을 벌여놓고 있었다. 이른바 ‘부상자 치료비 마련을 위한 노점’이었다. 그러나, 노점 주위를 서성거리던 단속반원들은 오후 4시 30분경 누군가의 명령 한 마디에 일제히 노점집기를 뒤집어엎기 시작했고, 불과 십분도 안돼 좌판 세 개를 모두 트럭에 실어 버렸다. 이날 투입된 단속반원들은 1백여 명, 수적으로 열세인 노점상들은 허탈하게 집기를 뺏길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째 서현역 앞 노점을 단속중인 분당구청 총무과의 한 공무원은 이번 단속이 “노점 원천봉쇄”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생계형 노점이든 기업형 노점이든 관계없이 이 지역에 집단적으로 노점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 것이 구청의 임무”라는 것이다. 이 공무원은 “전국노점상연합회가 이 지역에 40여 개의 좌판을 형성한다는 정보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노점상연합회측은 “서현역 앞 노점들은 불과 며칠 전에 신규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며, 40여 개의 노점을 형성하려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한편, 분당구청 공무원은 지난 6일 단속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 “병원에 입원중인 노점상은 자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단속반원의 집단구타도 “가벼운 몸싸움이었을 뿐”이라며 단속반원의 폭행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6일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은 노점상은 8일 수술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