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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곡 전화국 목동 분국을 검거한 200명의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5시간만에 경찰 특수부대에 전원 연행되었다. 왜 점거농성이라야 하는가? 정말 그런 방법밖에 없는가? 이렇게 안타까워하면서도 막상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정부와 한국통신 측에 대해 치미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1만명을 넘는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 대부분은 말이 계약직이지 사실상 정규 업무를 보면서 10년 20년을 일해온 사람들이었다. 정규직 노동자의 반도 안 되는 월급에다가 휴일도 4대 보험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그런 계약직 노동자들 1000명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은 작년 11월이었고 이어서 12월말에는 추가로 무려 6000명이 잘렸다. 특히 우리가 한국통신을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점은 우여곡절 끝에 아주 어렵사리 계약직노조가 설립된 직후에 이 대량 계약해지가 자행되었다는 점이다.
12월 13일부터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한국통신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됨에도 노동위원회가 이것을 이례적으로 합법파업으로 인정해준 것은 그만큼 회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나 일방적 대량해고가 지나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0일 넘은 노동자들의 고난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내내 진행된 농성 과정에서 반신이 마비되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3명이 구속되고 18명은 회사측으로부터 고소 당했다. 정부가 이 과정에서 한 일이란 주문처럼 ""신속한 인력 감축, 구조조정""을 되뇌는 일뿐이었던 것이다.
목동 전화국을 점거한 계약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점점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실업과 비정규직 사이를 짐짝처럼 왔다갔다하는 존재…, 도대체 이런 오늘날의 노동자의 처지가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던 30년 전 노동자의 처지에 비해서 얼마만큼이나 나아졌단 말인가?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고 우리 사회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일방적 계약해지, 벼랑에 몰린 투쟁, 강제진압…, 계약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53%를 차지하게 된 오늘, 우리는 이런 풍경에 점점 익숙해져간다. 목동 전화국 점거는 노동자의 고통에 무디어지는 세상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 왜 점거농성이냐고 묻기 전에 무디어진 가슴을 쳐서 아파하라. 사람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시절, 희망은 그 아픔과 더불어 싹트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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