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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사회단체 공동성명서)
청소년들의 인권을 먼저 생각하라
1. 지난 2월 17일 '사교육비 경감방안'이 발표된 뒤, 청소년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은 학교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방안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상당수의 학교에서 그동안 불법이었던 보충수업 및 (강제)자율학습이 합법화되면서 강제로 청소년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잡아 두도록 하는 구실을 마련해 주었다. 심지어 EBS 방송 과외를 보는 시간을 만든다는 미명하에 0교시도 모자라 -1교시(새벽 6시대에 등교)까지 만들어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학교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보충수업도 중학교까지 확대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2. 이미 한국의 연간 수업 시수는 OECD가입 국가의 평균 시수 935시간보다 훨씬 많은 1,254시간으로 세계최고이다. 이마저도 정규수업 시간으로 이 외의 보충수업과 아침, 저녁으로 행해지는 (강제)자율학습까지 합친다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새벽에 나와 자정이 넘어서야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충수업과 (강제)자율학습을 규제하지 않는 것은 여가 시간뿐 아니라 수면 시간까지 대폭 줄어들게 해 청소년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늦은 시간 귀가는 유해환경이나 범죄에 노출되어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도록 할 가능성이 높고, 보충 수업의 비용을 전액 개별 가정에 부담시키면서 또 하나의 사교육비를 가중시킬 우려가 많다. 결국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행해지는 보충수업과 (강제)자율학습수업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입시위주의 잘못된 교육열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돌아올 인권침해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3. 물론 교육부는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의 강제 시행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청소년들과 교사들의 자율성은 무시한 채 획일적이고 강제적으로 보충수업과 (강제)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 전교조 게시판(http://moim.ktu.or.kr/eduhope/)을 통해 올라오는 청소년들과 교사들의 글에도 나타나듯이 말만 '자율'일 뿐 많은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강제'로 붙잡아 두고 있으며, 보충 수업 또한 '희망서'라는 형식적인 절차만을 만들어 놓고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들 또한 정규 수업 이외의 추가 근무를 강요당하게 되면서 급기야 지난 3월 26일에는 세원고 교사가 쓰러져 귀중한 생명을 잃기도 했다.
4. 교육부가 이번 '사교육 경감 방안'과 같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식의 대책으로 일관한다면 공교육의 정상화가 아니라 공교육의 부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를 입시학원화 하고 청소년들의 인권을 무시한 보충수업과 (강제)자율학습은 전면 중단,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가 정말 사교육 경감 대책을 세울 의지가 있다면 청소년들의 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도 집으로 가지 못하고 또 다시 밤늦게 학원으로 향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더 이상 학업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학교 수업만으로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벌위주의 입시교육을 개혁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2004년 4월 8일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원불교 인권위,
인권운동사랑방, 참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화인권연대, 한국장애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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