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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경찰만행’에 대해 전국민적 공분이 일자 정부는 12일 부평경찰서장 직위해제, 유감표명에 이어 13일 “인천지방경찰청장부터 현장 책임자까지 감찰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자 문책을 넘어 김대중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자동차 가족대책위와 인권단체들은 13일 오후 4시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4월 10일 경찰만행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국회의원 273명 전원에게 전달하고 국회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17일로 예정된 행정자치위원회 상임위에 이무영 경찰청장, 민승기 인천지방경찰청장, 김종원 전 부평경찰서장, 4월 10일 현장에 있었던 전경 339, 189, 1001, 1002, 1027, 2807, 609, 149 부대의 기동대장을 출석시켜 조사할 것을 요구하였다.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등 17개 인권단체는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생존을 유지할 권리를 박탈당한 대우자동차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이 경찰 제복을 걸친 깡패집단을 보내 연일 테러에 나섰다”고 힐난하고, “대통령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부평일대에서 경찰병력을 즉각 철수하고 △이무영 경찰청장 해임 등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자교수협의회 등 기독교계 15개 단체로 구성된 ‘대우자동차 노동인권탄압 기독교공동대책위’도 13일 성명에서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김대중 정권에게 준엄한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대량해고, 폭력적 인권탄압을 초래하는 김대중 정권의 노동정책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13일 성명에서 “폭력만행에 대해 부평경찰서장 개인 잘못으로 무마하고, 중경상을 입은 노동자들에 대해 ‘유감’이라는 말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민의 분노를 무시한 작태”며, “오히려 경찰의 폭력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공권력이 광폭한 폭력단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한편 경찰은 10일 만행이후에도 노동자들을 몰아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오후 12시 무렵 광화문에서 1인시위를 하던 김순환(40) 씨를 종로경찰서로 강제연행, 즉심에 넘겼다. 레미콘 노동자의 서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입은 미이라 차림이 ‘시민에게 혐오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 적용법규는 경범죄였다.
김 씨는 건설운송노조 경기동부지구 동진레미콘에서 8년 동안 레미콘 차량을 운전해 왔다. 비정규직 노동자 김 씨는 온 몸을 붕대로 감아 미이라 형상을 하고 그 위에 ‘노조 인정하라’, ‘비정규직 설움 싫다’는 구호를 적어 넣고 나섰다가 난데없이 경찰에 끌려간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부터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광화문 앞에서 의료보험료 인상반대,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내걸고 1인 시위를 벌여왔으며, 5일째 1인 시위에 김 씨가 참여한 것이었다.
또 지난 10일 경찰만행이 벌어진 날 부평경찰서 형사를 때려 눈 주위를 멍들게 한 장면이 경찰이 촬영한 비디오에 기록돼 11일 밤 11시 무렵 경찰에 연행된 대우자동차 조합원 2명은 13일 오후 6시 현재 석방되지 않고 있다.
또 ‘4월 10일 경찰만행’ 현장에서 연행된 대우조합원 21명이 지난 11일 즉심에 넘겨져 각각 벌금 30만원을 내고 나왔다. 즉심이라고는 하나 일방적으로 맞은 피해자가 벌금을 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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