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최근 영화 <거짓말>에 대해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위원회>(음대협)가 음란물 제작과 유포를 이유로 제작 관련자와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극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청소년성문화대책위원회>는 이 영화는 상업적 포르노물이며 10대 매춘을 조장할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였다.
영화 <거짓말>은 음란물일까? 그리고 음란물로 취급되는 예술작품을 제작하고 유포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나는 아직 <거짓말> 영화를 보지 않았다. 따라서 <거짓말>이 음란물인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생각이 없지는 않다. 나는 설령 <거짓말>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음란성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주변에서 <거짓말>을 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도 그런 것 같다. 어떤 이는 <거짓말>이 포르노라고 하는 반면, 어떤 이는 그렇지 않다며, 예술작품이라고 한다. 음대협과 청소년성문화대책위는 이 영화가 음란물이라 규정하지만 <거짓말>을 제작한 '신씨네' 관련자들은 비엔나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한 예술작품임을 내세워 그런 규정은 부당하다고 항의하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같은 영화를 본 사람들 가운데 의견의 차이가 있으며, 입장에 따라서 동일한 대상이 음란물로도 규정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음란물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작품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면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좀더 핵심적인 질문은 과연 사람들은 음란물을 제작해서 유포해서는 안 되는가, 모든 문화생산자들은 음란물 제작을 중단한다는 ""양심선언""을 해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즉 음란물 제작은 범죄행위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음란물을 제작하고 감상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음란물을 제작한다고 해서 처벌하지 않는다.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 같은 잡지들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하드코어 포르노영상물이 버젓이 유통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고백하자면 나는 성문화와 관련하여 매우 보수적인 취향을 지닌 사람이다. 마조히스트도 사디스트도 아니며, 개방된 성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엄격한 취향을 지니는 것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성적 태도를 취하라는 것은 다른 일이다. <거짓말>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반인권적 태도라고 본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