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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7월. 구조조정에 맞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최고 정점에 달했을 때 울산에서는 '영남위원회' 사건과 더불어 '울산대 혁신위원회' 사건이 터져 나왔다. 당시 '영남위원회' 하부조직이란 혐의로 뚜렷한 증거도 없이 울산대 학생 11명이 구속된 이 사건은 검찰 기소 시 몇 사람의 진술에 기초해 별도의 이적단체로 둔갑됐다. 이후 구속자 전원에겐 유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울산대 혁신위원회' 2기 총책으로 지목된 황성순(29) 씨가 낸 상고를 받아들여 황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부산고등법원 제 2형사부는 지난 1월 12일 황 씨에 대한 대법원파기환송심 선고재판을 열고 ""황 씨가 '울산대 혁신위원회'에 가입했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이고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황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재판결과는 현재 2심 재판계류중인 허성규 씨 등을 비롯해 관련 구속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판결문의 간추린 내용이다.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
사건 99노733 국가보안법 위반
피고인: 황성순
검사: 이종환
변호인: 변호사 송철호
주문: 원심 파기, 피고인 무죄
(중략)
나. 피고인의 변명과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 및 그 증거능력(편집자 주 - 부분 요약)
임규섭('울산대 혁신대오' 1기 총책으로 지목돼 구속) 등이 원심법정에서 위 각 피의자 신문조서 및 자술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진술되거나 기재된 것이라고 주장해 경찰 또는 군사법경찰에서 작성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검사 또는 군검찰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편집자 주 - 피고인 황성순이 울산대 혁신대오에 가입했다는 내용의 신문조서임)는 임규섭 등이 그 조서의 기재내용을 열람한 후 서명무인하고 간인했으며 원진술자인 위 임규섭 등은 원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조사서에 그 기재와 같이 진술하고 서명무인했다고 진술해 그 증거능력이 있다.
다.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의 증명력에 대하여(편집자 주 - 부분 요약)
위 임규섭 등은 검찰 또는 군검찰관 작성의 조서에서 피고인이 위 혁신위원회 결성과정에 깊이 관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각 피의자들의 진술내용이 추상적이며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피고인이 1997년 울산대학교 혁신위원회의 동아리연합회 및 총여학생회 단위혁신위원장이라는 위 임규섭 등의 진술은 쉽사리 믿기 어렵다.
라. 결성식참가와 이적단체구성 여부
설령 피고인이 위 1997. 3. 16(편집자 주 - 울산대 혁신위원회 결성식)의 결성식에 참여하였다 하더라도 국가보안법상의 이른바 이적단체를 구성한다고 하는 것은 그 조직하려는 단체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강령이나 목표, 목적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함으로써 반국가단체를 이롭게하는 것이고 나아가 조직으로서의 구성 및 통솔체계를 갖춘 단체의 실질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한 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결성식 이전에 ""울산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였다는 ""1997년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의 결성 준비모임에 피고인이 참석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위 혁신위원회의 강령이나 목적 등의 기본성격이나 그 조직 구성 등에 관하여 모두 파악한 다음 이에 동조, 수용하여 위 결성식에 참가하였다거나, 위 결성식 모임에 참가하여 비로소 위 단체의 성격이나 실체를 알게되고도 위 단체의 성격에 동조, 수용하였다고 볼 수 있어야만 비로소 위 결성식 행사장에의 참석사실을 들어 국가보안법 소정의 이적단체구성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을터인데,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앞에서 배척한 증거들 이외에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위 항소자는 이유 있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중략) 형사소송법 제 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한다.
2000. 1. 12
재판장 판사 김동환
판사 이영동, 판사 강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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