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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압적인 두발 단속에 항의하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끌었다. 서명운동에서 학교민주화 공동선언 발표에까지 이른 집단적인 꿈틀거림에 지난 4일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 '자율규정'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인격모독이다', '체벌과 징계의 남용을 부른다'는 등 두발 단속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인권 침해시비를 몰고 다녔다. 그런데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린 추억(?)과 분노를 아버지와 아들이 공유할 만큼 오랜 관행에 대해 청소년 스스로가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나선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 또한 청소년들은 자기 삶의 문제를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는 '자기 결정권'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드러냈다.
교육부의 권고도 이런 청소년들의 요구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데서 나온 듯 하다. 그러나,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은 각 학교에 교육부의 지침이 하달되면 두발 자유화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실 두발을 통제하라는 지시나 두발을 자유화하라는 지시나 본질상 다를 바가 없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일거에 해결된다면, 또한 청소년들이 그런 방식으로 두발 자유화를 얻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자유화가 아니다. 문제는 교육부의 권고대로 ""학생회 등 학생 자치회를 통한 학생들의 충분한 토론과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온전히 진행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진정한 자율결정을 원한다면 교육부나 각급 학교 당국은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버려야 한다. '아이들은 결정에 참여할 능력이 없다' '아이들의 결정은 학교 생활의 조화와 안정성을 위협한다' '책임을 이행할 능력을 가질 때까지 권리는 유보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면서 '자율 결정'을 권고하고 받아들인다면 그건 한판 쇼에 불과할 것이다.
'자율 결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의 의견이 진지하게 고려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두발 자유화 논의가 청소년들이 자기 삶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탐색하고 판단할 기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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