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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셈이 열리는 동안,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때보다도 풍성했다. 20일 아셈회의장 주변에서는 '신자유주의 반대'를 구호로 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투자협정 WTO반대 국민행동'의 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투쟁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
구조조정으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큰 상처의 일부라는 문제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큰 의미가 있다. 한국 민중들이 숙명처럼 받아들여온 IMF 구조조정을 문제시할 수 있는 의식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는 위기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 내부적 문제로만 돌리고 사회적 차원, 세계적 차원의 책임을 생각할 통로를 차단당했다. 이러다 보니, 노동자가 '짤려나가'고 비정규직이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주저앉았고, 외국자본은 무조건 많이 들어오면 좋다는데 그다지 이의를 달지 않았다.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제도화하는 투자협정이나 WTO 문제는 남의 이야기로만 비춰졌다. 하지만 이번 투쟁을 통해 시애틀 등지에서 벌어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반대' 투쟁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음이 널리 공유되었다.
◆ 10월 20일 시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던데…
'집회→행진→마무리집회→뒷풀이에서의 넋두리' 식으로 진행되는 시위문화를 바꿔보려는 계획이 없지 않았다. 20일 아침 아셈회의장 근처에서의 기습시위나 뱅뱅사거리에서 경찰의 불허통보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한 것이 그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도적인 투쟁들이 부족했다는 의견들에 여전히 동의한다. 몇가지 행동계획들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채 무산되었다. 또 후퇴해버린 시위문화의 관성을 깨보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소속돼 있는 WTO반대국민행동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앞으로 싸움의 풍토를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 민간단체포럼이 아셈에 요구하는 '소셜포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위험한 발상이다. '소셜포럼'이란 결국 사회적 합의체를 말하는 건데, 이것은 높은 생산성, 완전고용 하에서 노 사 정이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던 시절에 겨우 가능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회적 합의'란 미명 하에 정리해고 파견근로 변형근로시간제의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민중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조지 소로스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체가 필요하다."" 비민주적이란 비판에 직면한 WTO가 최근 힘주어 말하는 것도 'NGO의 참여'다. 이에 NGO의 참여가 오히려 '세계화기구'들의 정당성을 더 강화시켜줄 뿐이란 지적이 전세계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마당에 '소셜포럼'을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 앞으로의 과제는?
현재 시급한 것은 투자협정 문제다. 정부는 한 미, 한 일, 한 칠레투자협정을 모두 올해 안에 체결하겠다는 계획인 듯 하다. 다음 달 20일 경엔 투자협정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정부관계자를 불러 지금까지 비밀리에 진행돼 온 협상내용을 공개하게 하고 논쟁을 벌일 것이다. 투자협정은 신자유주의정책을 법제화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IMF에 근본적으로 대항하는 싸움도 준비해야 한다. 제3세계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주빌리 사우스'는 외채 거부, 구조조정 프로그램 거부를 통해 IMF에 맞서고 있다. 외채를 담보로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구조조정 해 미국 중심의 금융자본주의적 세계시장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IMF가 하기 때문이다. IMF 구조조정을 경험했고, 지금도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진행 중인 우리가 함께 나서야 한다.
이번 싸움을 계기로 몇몇 활동가들에 국한되지 않고 대중에 기반한 국제연대운동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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