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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90년만 해도 ""웃으면서 파업했다""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급속히 힘을 상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노동자들은 이를 94년 말 이후 노조 지도부의 투쟁 방기와 5년여에 걸친 무쟁의, 그리고 회사측의 집요한 노동자관리 정책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94년 63일간 파업투쟁을 벌였던 이갑용(98년 민주노총 위원장) 집행부가 구속된 이후,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선풍이 불어닥쳤고, 성과급 차등지급이나 연차수당 삭감과 같은 조치들이 내려졌다. 이는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위축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내에선 조기작업 거부나 집단조퇴, 악질관리자 지시거부 투쟁과 같은 일상적 투쟁이 계속됐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일상투쟁을 방치했고, 결국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현격히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회사측은 조합원에 대한 일대일 면담을 통해 조합의 영향력을 잠식해 들어갔다.
해고자 천석복(91년 해고) 씨는 ""95년 당시 집행부가 차라리 어용집행부였다면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뒤엎었을 것""이라며 ""민주집행부라는 이름 아래 조합원들을 방기한 것이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민주노조에 실망하고 자포자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조 노조 선전차장은 ""5년의 무쟁의 속에서 조합원들 사이엔 '이젠 참여하면 회사에 찍힌다'는 피해의식이 만연해 있고, 결국 조합원들은 방관자로 남게 된 실정""이라고 말했다.
노조 약화=노동자 기본권 상실로
노조의 약화는 결국 노동자들의 기본권 박탈로 이어진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는 조기청소 명목의 시간외 작업이 일상화되어 있다. 단체협약상 오전 8시부터 시작되어야 할 작업이 7시 때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수당의 지급 없이 노동착취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 산재율 또한 취약한 노동환경과 강도높은 노동조건을 드러낸다. 건설업을 제외한 30대 기업의 산재율을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은 98년부터 3년 연속 산재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98년 242명(사망 9명), 99년 268명(5명), 2000년 5월 현재 154명(3명) 등 갈수록 산재발생율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기관지 <민주항해>는 이를 빗대 '죽음의 공장'이라고 이야기한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의 진광욱 정책국장은 ""같은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노조활동이 왕성해 현대중공업과 같은 문제가 없다""며 ""작은 사업장 중에도 중공업처럼 극심하게 노조를 깔아뭉개는 사업장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조 노조 선전차장은 ""80년대와 같은 무식한 탄압은 사라졌지만, 노동자들의 내면의 문제인 생각과 표현의 권리는 더 치밀하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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