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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 수감중이던 재소자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죽음은 시기 적절한 진료와 치료 및 예방조치만 있었다면 사전에 죽음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현 정부 내에 전무하다는 데 있다.
지난 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던 조모(32)씨는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후송됐으나 8시간만에 숨졌다. 구치소측은 병원으로 후송되기 전 조씨에게서 특별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료 재소자들은 조씨가 사망하기 3일전부터 허리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으며 병원에 옮겨지기 몇시간 전에도 병세의 심각성을 교도관에게 알렸지만 감기약만 처방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뇌사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수원구치소에서 만기출소한 박모(54)씨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동료 재소자들은 한결같이 박씨가 지난해 11월 수감될 당시부터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쁜 상태였으나 교도관들이 박씨가 '노숙자' 출신이라며 단 한차례도 의무과 진료를 시키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울산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틀만에 사망한 구모(40)씨 역시 응급조치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최소한 죽음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족들과 재소자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주무부서인 법무부에는 각 교정시설의 의료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도, 인력도, 정책 및 예방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최근 인권운동사랑방이 제기한 정보공개 행정심판 결과에 따르면, 법무부는 각 수용시설별 질병내역 및 질병자 수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한다. 법무부에서 의료문제를 담당하는 직원도 행정직은 단 한명에 불과하고 지방교정청 역시 사정이 비슷하여 종합적인 수용자 의료정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각 환자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수수방관 역시 허망한 죽음을 부추기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난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교정시설 내 의료현황 및 조치에 대한 조사를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우석균 전문의는 ""국가가 재소자를 국민으로 보지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례""라고 비판하면서 ""교정시설 의료문제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조사 및 정책 마련은 부처간 이해를 떠나 당연한 수임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일선 의료인력의 현저한 부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의사 1인이 1200여 명에 이르는 재소자를 진료해야 하는 실정에서 의료사고는 '필연적'이다. 여기에 턱없이 낮은 의료예산(재소자 1인당 1년에 37,000원, 의사월급 포함)은 교정시설이 적극적인 의료조치를 취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이유의 하나로 실효성 있는 조치가 조속히 마련되지 않는 한 교정시설 내 장례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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