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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인권영화제를 이화여대에서 하고 5회 째를 맞아 다시 이대에서 영화제를 하게 됐습니다. 1회 때 불법의 덫에 걸려 고생하던 걸 생각하니 오늘 5회 영화제는 감개무량합니다.
1회 때에 비해 법, 관행 그리고 인식이 바뀌어 올해는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사전심의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올해의 영화제도 불법입니다. 사전심의를 거부하는 것은 인권단체로서, 인권을 갈구하는 사람으로서 검열폐지와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입니다.
인간을 억누르는 불법은 언젠가는 불법이 아니게 됩니다. 그러나 불법을 답습, 굴종할 경우 불법은 언제나 변하지 않습니다. 불법에 저항할 때, 도전할 때만 불법이 아니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인권은 화석화된 개념이 아니라 살아 숨쉬게 되며 그 폭과 깊이가 확장됩니다.
인권영화제는 돈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거부합니다. 화려함도 거부합니다. 이 사회에서 억압받는 소수자와 함께 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인권영화제는 오락을 추구합니다. 살벌한 생존경쟁에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 상업적, 말초적 즐거움보다는 인간의 존엄을 배우는 오락이 되길 바랍니다. 인권영화제 상영작에는 슬픔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을 깨닫고 배우는 기쁨이 있습니다.
인권의 감성과 원칙을 깔아뭉개는 법, 제도 그리고 관행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를 보게된 홍석천 씨는 최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역시 그렇습니다. 홍석천 씨처럼 인권영화제는 부조리한 관행과 법에 인권의 이름으로 도전합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하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사회에는 수많은 인권침해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IMF 관리체제 이후 많은 고통 속에 신음하는 노동자의 현실이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 그리고 마음마저도 억압하는 법률인 국가보안법이 있습니다. 내 자신 보안관찰법의 테두리에서 나의 일상은 합법적으로 감시됩니다.
인권영화제에 도움을 준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인권영화제의 핵심을 이루는 자원활동가에게, 기술적 도움을 주신 여러분에게, 후원금을 내주신 많은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또 아름다운 장소를 빌려준 이화여대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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