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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벽 화재사고로 한 노인이 죽고 방 30여 개가 타 버렸다. 불이 난 곳은 서울 영등포의 이른바 '쪽방' 지역.
쪽방은 단 한 명 정도가 누워 잘 수 있는 작은 방으로 기술도, 경제적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장사나 구걸로 하루 5천원 방값을 마련해 겨우겨우 살아가는 곳이다.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옆 좁다란 골목을 따라가면 '24시간 청소년통제구역'이란 붉은 표지판이 행인을 맞이하는데, 이 지역에만 쪽방 8백여 개가 밀집해 있다.
3일 오전, 골목 안쪽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새까맣게 탄 채 얼기설기 방이 있었던 흔적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날 바람이 별로 없었던 게 다행이지유."" 한 아줌마가 던지고 간 말처럼, 화재사고가 나던 날 바람마저 불었으면 더 큰 참사가 빚어졌음직하다.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 대부분 판자로 만들어져 있어 불이 한번 붙으면 꺼지기도 어렵고 순식간에 옮겨 붙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쪽방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고, 그 중엔 장애인도 다수 있어 불이 날 경우 좁은 골목을 빠져 나와 대피하기란 쉽지 않다.
소방서에서는 쪽방 지역에 소화기도 비치해 놓고 교육도 시켰다고 하나 지역주민들은 아는 바가 없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세를 든 사람이건 준 사람이건 모두 가난하다 보니 화재 후 뒤처리도 가늠할 길이 없다. ""75살 먹도록 이런 일이 처음인데…"" 자신이 세준 방에서 불씨가 번지기 시작한 터라 복구해줄 일이 큰 일이라는 김남심 씨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또 타버린 30개의 방 중 한 곳에 둥지를 틀고 살던 민영두 씨는 ""오늘도 길에서 자야겄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곳에 쪽방이 들어선지 5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처럼 한번 씩 문제가 터져도 미봉책만 제시될 뿐 열악한 주거환경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관할구청인 영등포구청이 이곳 주민들의 존재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에 노숙자 주간편의시설인 '햇살보금자리'의 이기옥 간사는 ""이번 화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정부가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쪽방 지역을 계속 방치하는 한 언제든 사고는 재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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