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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의 채권단이 대우자동차를 최종 부도처리하느냐 마느냐 따지고 있던 며칠동안 나는 충청도와 강원도를 계속 돌아다니느라고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지방 방송국의 주파수를 찾아가며 뉴스를 틈틈이 들었는데, 대우자동차 부도처리 과정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거의 '중계방송' 수준이었다.
""채권단은 직원 3천5백명의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서를 은행 업무 마감 시간인 4시30분까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은행 업무 마감 시간은 지났으나 금융감독원 업무가 종료되는 오후 7시30분까지 조금 더 시간을 연장해보기로 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아직까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채권단은 내일 오전 은행 업무 개시 시간인 오전 8시 30분까지 최종 결정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대우자동차의 노동조합 위원장은 '상황 변화가 있다면 오전 7시30분에 다시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말을 남긴 채 새벽 두 시경에 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채권단은 계속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동의서를 기다리면서 오늘 낮 12시까지 최종 결정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미뤄보기로 했습니다.""
마치, 채권단은 최선의 성의를 다하여 신중하게 인내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무책임하게 나몰라라 처신하고 있다는 투였다. 결국 대우자동차는 최종 부도처리됐고 그 '중계방송'을 들은 국민들은 그 책임이 온전하게 노동조합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언론도 노동조합의 정리해고 동의서를 부도처리 여부의 유일한 잣대로 요구하는 채권단의 태도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대우자동차를 살리기 위해서 확보된 총 9천억원 규모의 자금 중에서 3천명이 넘는 대우자동차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비 절감액은 불과 1천억원에 불과했음에도 그 1천억원 때문에 나머지 8천억원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채권단의 판단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루 전까지 대우자동차 노사간에는 이미 인원 감축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합의안이 도출되어 있던 상태였음에도 굳이 노동조합의 '백지위임장'을 요구한 채권단의 태도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개명한 문명국에 어떻게 이런 언론이 존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채권단과 언론의 어리석은 선택'이 가능할 수 있을까? 대우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 받은 법원이 또 다시 노동조합에게 '항복선언'을 요구하는 '법원의 어리석은 선택'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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