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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와 분할매각 이후 계속된 혹독한 인원조정이 끝났나 싶더니, 이번에는 (주)만도(대표 오상수) 노사가 '통합정보시스템' 도입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측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생산 인사 등 모든 업무를 정보기술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정보시스템(ERP)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현장을 감시하고 통제해 결국 구조조정을 쉽게 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회사측은 ""ERP를 도입한 외국회사의 평균이익률이 29%, 제품 적시출하율이 95% 이상 올랐다""는 자료를 제시했지만, 노조(위원장 김기성)는 ""인원감축, 노동강도 강화로 인한 상승분을 빼면, ERP 도입으로 인한 이득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또 ""ERP 도입의 진정한 효과는 '촌놈 겁주기' 효과""라 말했다. ""현장정보를 수집 평가해 노동자를 입맛대로 다루는 도구""라는 것이다. 노조는 ""오죽하면 외국노동자들이 ERP 시스템을 조기퇴직자(Early Retired Person) 양산시스템이라 부르겠는가""고 반문했다.
'항상 감시당한다'는 압박감
현장노동자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자동센서'다. ""항상 감시당한다""는 압박감이 현장에 널리 퍼져 있다. 문막공장의 한 노동자는 ""홀딱 벗고 일하는 셈""이라고 한다.
자동센서는 또 ""현장정보를 누가 통제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전에는 하루일과가 끝나면 자신이 어느 기계로 몇 시간 일했는지 그리고 양품과 불량품 개수는 몇 개인지 직접 적었다. 구형센서 시기에도 작업정보는 노동자가 입력했다. 그러나 자동센서가 도입되면 노동자가 입력할 필요도 없다. 사측은 이런 간접방법 대신 자동센서를 이용해 직접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각 현장작업자의 생산이력이 파악된다""는 점도 노동자에게는 부담스럽다. 누구나 볼 수 있게 작업장 단말기에 각 라인별 실시간 공정그래프가 뜨면 현장은 경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 조합원은 ""성적 매기듯 등수가 나오면 꼴찌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꼴등이 먼저 짤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장에 대한 통제력 강화는 곧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조정으로 이어진다. ERP 시스템을 도입했던 외국기업의 경우 노동강도는 약 30% 강화되고 조립라인 인원은 25-30%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는 노동강도를 측정하거나 생산량을 조정할 때, 현장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조사하고 노사협상을 통해 조율한다. 그러나 (주)만도를 비롯한 부품업체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어 뾰족한 대책이 없다. 노조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동강도나 생산성지표도 물가처럼 한 번 올라가면 내려가는 법이 없다""며 ""눈 멀거니 뜨고 당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ERP 시스템을 작동시킬 경우 ▲작동 스위치를 끄고 작업하기 ▲작업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하기 ▲조 반장들이 작동 스위치를 켜면 센서에 고무줄을 달아 무력화시키기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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