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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위헌으로 확인된 ‘등급분류 보류제도’가 영화가 아닌 비디오물 및 게임물엔 아직도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등급분류 보류제도’란 사전에 반드시 등급을 받아야 하는 어떤 표현물에 대해 등급분류를 일정기간 보류할 수 있는 제도로, 등급분류보류가 계속되면 사실상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게 된다.
이는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 아래 영등위)가 발표한 ‘온라인 게임물 사전등급분류 강화대책’에 대해 정보통신 문화단체들이 반박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강화대책’은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사전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아래 음비게법) 제20조를 근거로 영등위가 온라인게임물에 대한 사전등급분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음비게법 제20조 1항에 따르면, 비디오물 게임물을 유통하거나 제작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미리 그 내용에 관해 영등위의 분류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영등위는 온라인게임물 외에 분리형게임물과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전등급분류를 실시해 왔다.
그런데 음비게법은 영등위에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대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3개월 이내로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20조 4항). 심지어 도박, 경마 등 지나친 사행심을 유발하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이용불가 결정까지도 할 수 있게 했다(20조 3항). 또 등급을 받지 않고 비디오물이나 게임물을 유통하는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강제수단까지 구비하고 있다(50조 1항).
이에 따라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인터넷 공대위)는 11일 “등급분류제도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하므로 위헌적인 제도”라는 의견서를 영등위에 제출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국가기관에 의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못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이상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를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왔다.
특히 등급분류 보류제도는 지난해 8월 30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영화에 대한 등급분류 보류제도에 대해 “등급분류보류의 횟수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등급분류보류기간의 상한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한다”며, 겉으로는 ‘보류’의 형식을 띄지만 영등위의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무한정 영화를 통한 의사표현이 금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영등위는 오는 14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온라인게임 사전등급분류 세부기준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때 인터넷 공대위는 ‘사전등급분류제도는 위헌’이라는 내용으로 피켓시위를 하고 공청회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방침이다. 이로써 온라인게임물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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