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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콩밥을 먹나요?” 교도소란 곳을 떠올릴 때마다 일반인들은 흔히 콩밥을 연상한다. 못 먹고 못 살았던 시대에 교도소의 배식이 콩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의 변화가 실감나듯 교도소에서의 콩밥은 특식이 된 지 오래다. 주식은 쌀과 보리의 8:2 혼합으로 배식되고, 반찬도 매일 매일이 다르다. ‘재소자 주 부식 급여규칙’이 제정된 데 이어 98년부터는 방마다 식탁 책상 겸용의 탁자가 비치돼 마룻바닥에 음식을 놓고 식사해야하는 모멸감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재소자들이 식사시간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흔들리는 이빨과 듬성듬성 빠져있는 머리를 가리키며 영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재료 본 사람은 못 먹지!”
올 한해 행형당국이 책정한 재소자 1명의 1일 급식비는 2,210원. 그러나 이는 주 부식 재료값에 연료비, 필요한 가재도구 구입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보니 순수하게 먹는데 쓰여지는 돈은 약 1200원, 1끼 식사당 400원 정도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단가가 낮아진다는 대량급식이라 해도 투자되는 비용이 턱없이 낮다보니 질 좋은 식사를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무리다.
단가를 맞추다보니 쌀은 창고에서 3-4년을 묶은 관수용이고, 부식재료들은 썩어서 못 먹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감독 교도관들이 2-3일마다 들어오는 부식재료 상태를 매번 감독하도록 되어 있지만 모두 곁눈질 한번에 통과된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검사절차에도 불구하고 10번에 3-4번씩은 퇴짜소동이 발생한다.
“상한 야채라도 요리해 놓으면 티가 나나? 요리해놓고 봐서 괜찮겠다 싶음 배식나가는 거지….” 청송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6개월 간 취사장에서 일했다는 출소자 오모 씨는 “안 본 사람은 먹어도 재료 본 사람은 쉽게 먹히지 않는 게 교도소 음식”이라고 말한다.
부활절 계란 먹고 식중독
상태가 이렇다보니 집단 식중독은 매년 한두번씩 들리는 손님이다. 마산교도소에선 지난해 봄 반찬으로 배식된 음식 때문에 탈이 나 40여 명의 재소자가 식중독과 심한 설사증세를 경험했고, 청송감호소에서는 부활절이라고 쪄먹은 계란이 문제가 돼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각 소마다 급식의 위생과 영양을 지도 감독하기 위해 영양사가 1명씩 배치돼 있긴 하지만 취장에서 일하면서 영양사를 보았다는 재소자는 없다. 배식 때마다 영양사가 음식을 갖고 올라가 의무과장과 보안과장 등의 결재를 맡은 후에야 배식이 가능하지만 어떤 음식이 올려지는지 모른다는 것이 재소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또한 영양사가 작성하게 돼 있는 식단은 매번 변함이 없어 한번 작성된 식단표는 한 달 후에 배식 요일만 바뀐 채 다시 식탁에 오른다.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호박된장국과 가자미조림이, 호박된장국과 고등어조림으로 변하는 정도다.
‘단백질 사냥’에 혈안
정말 많은 수의 재소자들이 단백질 부족을 호소하지만 고단백 요리가 메뉴로 오르는 일도 많지 않고 오른다 해도 닭조림과 김치돈육국 등에서 고기덩어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많은 재소자들이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받기 위해 2-3개의 영양제를 복용하는 한편 음식물 구매에 열을 올린다.
현재 자비구매가 가능한 음식물은과자, 사탕, 과일 등의 간식류와 멸치조림, 김 등의 부식을 포함한 26가지. 이중에서 당연 인기 있는 품목은 최근들어 구매가 가능해진 ‘훈제 닭’이다. 한 조각에 1700원이나 되는 최고가 식품이지만 재소자들은 부족한 영치금을 털어 ‘닭사냥’에 나선다.
그러나 재소자들의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구매물 역시 시중의 것과 비교하기 어렵다. 유통기간이 한참 지난 음식이 들어오는가 하면 곰팡이가 쓸거나 썩어있는 음식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지지난해 경주교도소에서는 유통기간이 1년이나 넘은 김이 지급된 사실이 밝혀져 재소자들이 배식거부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곰팡이가 쓴 빵 때문에 교도소가 들썩거렸다.
“질 좋은 음식은 호사”
이렇듯 질 나쁜 음식이 계속 들어오는 것은 교정시설 쪽에서 질보다는 무조건 싼 것을 택하는 ‘저가입찰’을 구매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구매물의 공급을 담당하는 교정협회측은 “업자 선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낮은 단가로 물품을 제공하는가’다. 여기에 물품의 질까지 요구하는 건 호사”라고 잘라 말한다. 재소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할 때 무조건 싼값에 구매품을 제공하는 게 본연의 임무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유럽국가들이 피구금자를 처우하는 원칙으로 정한 ‘유럽규칙’은 우리에겐 너무 먼 이야기다. 유럽원칙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피구금자의 연령, 건강, 작업의 성질 및 가능 한 범위에서 종교상 혹은 문화상의 요구를 고려하고 근대적인 영양학 및 위생학의 기준에 따른 질 및 양을 갖춘 음식물을 제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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