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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해 무관심한 가운데 이 법에 의해 수배되거나 활동을 제약받고 있는 단체들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끊임없는 ‘한총련 탈퇴’ 압박
또 수배중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장 최승환) 대의원들이 경찰서에 집단으로 자진출두해도 이를 말리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경 등 전국 각 지역 경찰서는 7월 들어 각 대학 한총련 대의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한총련 대의원 사이에선 이른바 ‘한총련 대의원 탈퇴 공문’이라 불리는 문서다. 지난 7월 3일 서울중부경찰서가 서울 동국대에 발송한 ‘출석요구서’에는 “기일 내 경찰서에 출석하여 한총련을 탈퇴하고, 이후 활동하지 않겠다는 진술서 등을 제출하면 사법처리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들어 한총련 대의원 중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 구성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아직까지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국보법 칼날’을 여전히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총련 산하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대의원 30여명을 포함한 대학생 3백여 명은 지난 7월 20일 경찰청에 “우리를 조사하라”고 요구했으나 체포되거나 조사받은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특히 이 날은 경찰이 ‘한총련 탈퇴 1차 시한’으로 잡은 날.
경찰은 지하철 5호선 서대문지하철역에서부터 막다가 끝내는 “경찰서에 몰려오라는 얘기가 아니고 탈퇴서를 쓰라는 것이었다”고 본심을 실토하고 말았다. 지난 98년 대법원의 한총련 이적단체 판정 이후 처음으로 ‘9기 한총련 대의원’들이 경찰서 앞에서 신분을 밝히며 시위를 벌였지만 아무도 붙잡히지 않은 것이다. .
이날 경찰청 보안과 관계자와 면담 에 참여한 건국대 배민균 총학생회장은 “탈퇴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배를 당하고 감옥에 가야하는 것은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를 토했다. 배 총학생회장은 지난 5월 체포 구속됐다가 ‘이미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았다’는 이유로 풀려나기도 했다.
한총련 관계자는 “7월 이후 현재까지 한총련 대의원 3명이 구속됐지만 이적단체 구성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이게 바로 국보법이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총련은 8월 들어 이적단체 규정 철회를 주장하는 리플렛 5만부를 제작, 배포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여러 사회단체들과 연대해 8월말까지 탄원 및 서명 운동 검찰청 등 관계기관 면담 활동 등을 벌일 계획이다.
학생들을 가족의 품으로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사회단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총련학부모협의회(회장 정연오)는 지난 8월 1일부터 청와대 앞길 코오롱빌딩 근처에서 △한총련 대의원 정치수배 해제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철회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수배중인 한총련 대의원들을 아들딸로 두고 있는 한학협 회원들은 오는 11일까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진행할 방침이다.
일부 의원, 한총련 ‘이적철회’ 서명
또한 전국연합, 민교협 등 사회단체는 3일 오전 한총련 이적규정에 대한 정부 방침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서는 국회의원 이창복, 임종석, 송영길, 이재정, 김홍신 의원 등이 사회단체 대표자 73명과 함께 연대서명에 참여했다.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포함한 한총련 관련 수배 전면 해제와 한총련의 합법적인 활동에 대한 자유 보장”을 요구했다.
이어 4일에는 민가협, 한총련, 2001민족공동행사를위한청년학생추진본부 등 사회단체들과 ‘국가보안법 관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단’(명동성당 농성단)은 8.15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안법 관련 수배자 148명, 양심수(국보법 관련 포함) 179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정부 당국에 촉구했다.
이에 앞서 8월 1일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 김정명 목사)가 청와대에 보낸 탄원서에서 “구속되거나 수배중인 한총련 대의원, 학생회 간부 150여명에 대한 석방과 수배 해제”를 요구했다.
한편, 지난 8월 1일과 2일 민주당은 과거 한총련 집행간부 대의원 등 148명에 대한 수배해제와 국보법 위반 4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청와대와 법무부에 각각 건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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